올해 국내 증시는 금리와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 위협 속 ‘고환율 뉴노멀’이 이어지면서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경기 회복 기대를 제한하고 있다. 이런 금리와 환율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증권가는 코스피 최고 5500을 전망하며, 반도체·AI·바이오·조방원·2차전지 등 업종을 올해 증시를 이끌 유망주로 꼽아, 투자자들은 금리·환율 동향과 증시 흐름을 함께 주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국면...한국도 동결 기조 전망
② 원·달러 1500원 경계선...고환율 장기화에 물가 불안·금리 인하 후퇴
③ "코스피 고점 5500 전망 속...반도체·AI 등 주도주 부각"
【 청년일보 】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는 '고환율'에 떨고 있다. 지난해 연말 1480원선을 뚫고 고공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적극 개입 이후 다소 안정된 양상이나 새해에도 '고환율 뉴노멀 시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까지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며 새해 경기 회복 국면을 기대하는 시선도 빠르게 얼어붙게 만든다. 환율 불안이 실물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고환율 여파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도 후퇴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여러모로 불확실성이 큰 경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연평균 환율 역대 최고...1400원대 원·달러 환율, 일시적 아닌 구조적 흐름”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9.2원 오른 1439.0원을 기록했다. 12월 중순부터 1480원 안팎을 넘나드는 환율을 잡기 위해 외환당국이 연말 전방위적 대책을 쏟아낸 효과로 40원 넘게 떨어지며 1440원대를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21.9원으로, 1400원대 넘기면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7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같은 고환율 배경에는 유동성(통화량) 증가, 한·미 금리차, 그리고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 증가, 수출기업의 외화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수급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고환율이 더 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환율 안정화 대책으로 단기적인 상승세는 진정됐으나 구조적인 상방 압력은 여전히 남아있어 당분간 1400원대의 높은 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한 원·달러 환율 흐름이 상반기에 하락하고 하반기에 상승하는 ‘상저하고’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도했던 수급 쏠림이 완화되는 상반기 중에는 1300원대 후반 재진입을 시도하는 등 유의미한 환율 하락이 예상되나, 하반기에는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이미 한번 높아진 환율 상단은 지금보다 더 쉽게, 더 자주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환율이 누적된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및 개입을 계기로 한 풀 꺾이면서 상반기 환율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낮고 안정적인 흐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환율 하락 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정 연구원은 “환율 균형점 높아진 상황이고 정부 조치 역시 근본적인 상황이나 추세를 바꾸기보다는 높아진 지금의 변동성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 고환율에 물가 자극...환율 불안에 한은 금리 인하 ‘제동’
높아진 환율은 물가 상승 불안을 부추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수량을 수입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원자재 등 수입물가가 뛰게 되면 이어 생산자물가를 거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로 순으로 파급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은 통상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포인트(p) 뛰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고환율 여파로 지난해 11월 기준 수입물가가 전월보다 2.6% 올라 지난 2024년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도 기록했고 같은 달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3% 상승해 전월(2.4%)보다는 상승 폭이 축소됐으나 4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유지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2020년(0.5%)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2.0%)보단 소폭 높았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70원 내외를 지속할 경우 환율의 물가 전가효과 확대로 2.1%를 소폭 상회하는 2% 초중반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높아진 환율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근원품목보다는 수입 비중이 높은 비근원 품목(식료품·에너지)에서 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상승은 물가에 대해 수입최종소비재가격 및 수입중간재가격을 높이는 직접효과와 수입중간재가 반복적으로 투입되며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발생하는 2차 간접효과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어려워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집값에 자칫 더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는 만큼 4회 연속 동결로 마무리 지은 것이다.
한은은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통해 올해 물가를 비롯해 수도권 주택가격, 환율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동시에 반대로 더 이상의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시장에서도 올해 ‘인하’보단 ‘동결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은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가 상반기 말 혹은 하반기쯤 한 두 차례 정도 추가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이 크게 약화된 점은 동의한다”며 “다만 금리인하 사이클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며, 하반기에는 한 차례 정도 추가 인하 여지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하 예상 시점을 기존 1분기에서 4분기로 변경하면서 “예상보다 길어지는 부동산 가격 상방 압력과 한은의 물가에 대한 경계감에 상반기 중 인하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고 봤다. 안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재정 집행의 둔화와 함께 반도체 경기 성장 속도 둔화 시 경기 하방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동결 후 인상보다 인하 사이클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부동산 등 금융 안정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1분기 중 인하를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런 경우 연내 동결 가능성을 봤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인하를 하려면 더 많은 가정 사항이 필요하게 됐다”며 연내 동결을 점쳤다. 김 연구원은 “한은이 환율 자체뿐 아니라 그로 인한 물가 우려까지 주목하기 시작했다면 굳이 인하해야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창용 한은 총재 “환율 1400원 초반 전망 우세...원화 가치 붕괴론 과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외환시장을 둘러싼 ‘원화 가치 붕괴’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원·달러 환율을 1400원 초반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현재 환율 상승에는 과도한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총재는 지난 2일 한국은행 기자실을 찾아 “해외 IB들은 1480원 수준의 환율을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있다”며 “대부분 1400원 초반대로 환율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일부 유튜버들이 원화가 곧 휴지조각이 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내국인의 기대가 환율 상승을 크게 드라이브하고 있다”며 “적정 환율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상당 부분이 달러인덱스(DXY) 흐름과 괴리돼 상승한 것은 기대 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 연간 200억 달러 집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절대로 기계적으로 자금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설령 내가 한은을 떠난 이후라도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렇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안정 방안으로 국민연금의 역할론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거시경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현재보다 환 헤지를 더 확대하고, 해외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이 외채를 발행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본다”며 “이 경우 약 20% 수준의 헤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국민 노후자금의 수익률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국내 고용 상황 악화나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업체 부담 등 거시적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일축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