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가 밝았지만, 유통업계의 업황은 쉽사리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업계 '혹한기'의 내면에는 내수 부진, 고물가 기조 지속, 원자재 부담 상승 등의 요인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각 산업 군은 생존을 넘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플랫폼·외식업을 비롯해 뷰티·패션 등 주요 유통 산업의 생존 전략과 올해 트렌드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제1의 목표는 '생존'"…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혹한기 지속에 '허덕'
(中) 이커머스·배달앱 "AI·퀵커머스 시장" 대세…외식업계 "초개인화 식사" 확산
(下) 패션업계 "변화하되 꺾이지 않는 '유연함'에 주목"...뷰티 "'내면' 중심 건강 관리가 핵심"
【 청년일보 】 국내 패션·뷰티 시장이 2026년을 앞두고 '유연함'과 '내면 관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소비 환경 속에서 패션은 변화에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버드나무의 유연함'을, 뷰티·웰니스 시장은 외모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내면 중심의 건강관리'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 삼성패션연구소, 2026 패션 키워드 'WILLOW'…"버드나무의 유연함에 주목"
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2026년 패션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에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유연함'이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삼성패션연구소는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패션 키워드를 'WILLOW(수기응변)'로 제시했다. 'WILLOW'는 버드나무를 의미하며, '수기응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를 뜻하는 단어이다.
삼성패션연구소가 제시한 WILLOW는 ▲W(Warm Growth Potential : 성장 여력이 여전히 남아있는 패션 마켓) ▲I(Integral Market : 적분 시장, 작은 브랜드들의 큰 힘) ▲L(Light and Agile with AI : 가볍고 민첩한 AI 기반 운영 혁신) ▲L(Lavish on Experience : 경험 사치, 제품보다 경험에 투자하는 소비) ▲O(Officewear Onward : 진화하는 오피스웨어) ▲W(Widen the Possibilities : 대담한 한 걸음) 등 여섯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W(Warm Growth Potential, 성장 여력이 여전히 남아있는 패션 마켓)'는 고물가와 소비 위축에도 패션 시장에 여전히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지출의 우선순위가 패션보다 취미·여행 등 경험 소비로 옮겨가고 있지만, 삼성패션연구소 조사에서는 20대 소비자의 패션 관심도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소비 심리 회복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 등이 맞물리며 내수 환경 역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 기관이 국내 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이 약 2%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I(Integral Market, 적분 시장, 작은 브랜드들의 큰 힘)'는 올해 '작은 브랜드'들이 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 로고가 곧 나를 표현하는 정체성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취향, 가치, 라이프스타일 등이 반영된 내러티브가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AI 등을 활용해 개인별 취향에 최적화된 제품을 추천해주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세밀화된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작은 브랜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패션 시장에서 또 하나의 중심축은 'L(Light and Agile with AI)', 즉 AI 기반의 민첩한 운영이다.
지난해 생성형 AI 도입이 본격화됐다면, 올해는 AI가 일상적 운영 체계로 자리 잡는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색·선택·결제로 이어지는 기존 쇼핑 구조는 약화하고, AI 추천·SNS·숏폼 콘텐츠 등에서 제품을 '우연히 발견'하는 '발견 중심 쇼핑'으로 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AI의 정교한 추천 기능은 소비자의 선택 피로도를 줄이며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L(Lavish on Experience)'은 '경험 사치, 제품보다 경험에 투자하는 소비를 의미한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경험의 영역인 '취미/여가'와 '여행'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에서 전문가와의 북극 탐사 여행 상품을 판매하거나, 럭셔리 브랜드에서 소비자에게 폭넓은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등 유통·패션 업계에서도 경험 사치에 주목하고 있으며, 올해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O(Officewear Onward, 진화하는 오피스웨어)'는 과거와 달리 오피스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패션에서 가장 보수적인 영역에 속하는 오피스웨어가 개성과 실용성을 더해 재해석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니멀 트렌드 부상과 더불어 에센셜 아이템을 중심으로 데이웨어 및 레저웨어가 결합된 유연한 스타일, 클래식한 오피스웨어의 디테일이 개선되면서 오피스부터 레저 타임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 등 다양한 오피스웨어 스타일링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기후 적응성을 고려한 기능성 소재, 실루엣을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한 디자인 등 기후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 'W(Widen the Possibilities, 대담한 한 걸음)'는 불확실성이 뉴노멀이 된 시대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은 성장 여력이 남은 패션 시장에서 '대담한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이 여전히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버드나무처럼 세태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굳건하게 버티는 브랜드와 기업들에는 희망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외모 넘어 '내면 관리'로”…CJ올리브영, 올해 핵심 키워드는 'FULLMOON'
올해 뷰티·웰니스 업계에서는 외모 중심 소비에서 한층 더 확장된 '내면 중심의 건강관리'가 핵심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은 지난해와 올해 K-뷰티와 웰니스(Wellness, 건강)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F.U.L.L.M.O.O.N(보름달)'으로 선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2026 트렌드 키워드' 리포트를 발간했다.
올리브영이 제시한 2026년 소비·뷰티 트렌드 키워드 'FULLMOON'은 ▲F(Feel-Good Wellness : 웰니스, 매일의 즐거운 일상이 되다) ▲U(Unwind to win : 잘 쉬는 삶, 경쟁력이 되다) ▲L(Lifestyle Shift : 기후가 바꾸는 소비의 공식, 생존형 루틴의 시대) ▲L(Layered K-Routine : K-뷰티,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다) ▲M(Medical-Home Loop : 전문 케어부터 홈 케어까지, 이제는 하나의 루틴으로) ▲O(Over the Makeup : 메이크업의 진화, 바르는 색조에서 색을 입은 기초로) ▲O(One-Bite Luxury : Z세대 럭셔리, 가볍게 경험하고 취향껏 소유하다) ▲N(Next-Gen Beauty Concierge :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 등 여덟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키워드 'F(Feel-Good Wellness : 웰니스, 매일의 즐거운 일상이 되다)'는 건강식품과 일반 식품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상형 웰니스 소비'가 더욱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물 기반 제품은 물론 젤리·스낵 형태의 간식형 포맷까지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편의성을 강화한 패키지, 데일리 포션 관련 제품 수요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Unwind to win : 잘 쉬는 삶, 경쟁력이 되다)'는 잘 쉬는 삶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음에따라 수면과 회복 케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매김했다는 분석이다. 수면과 회복을 돕는 기능성 성분이 스킨케어, 헤어/바디케어 등 신규 카테고리에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Lifestyle Shift : 기후가 바꾸는 소비의 공식, 생존형 루틴의 시대)'은 기후 위기 속 생활·소비 습관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동일 카테고리 내 조합을 넘어 여러 카테고리와 제형을 조합해 다층적으로 관리하는 멀티플 레이어(Multiple-layer) 케어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Layered K-Routine : K-뷰티,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다)'은 단계별 스킨케어를 넘어 피부 컨디션과 장소·상황에 따라 루틴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능동적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현재도 스페셜 케어까지 세분화된 K-뷰티 루틴은 글로벌 소비자에게도 일상적 관리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퍼스널 케어 제품에서도 스킨케어 수준의 기능성과 완성도를 요구하는 흐름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 나온다.
'M(Medical-Home Loop : 전문 케어부터 홈 케어까지, 이제는 하나의 루틴으로)'은 데일리 스킨케어-시술-애프터 케어가 분리된 단계가 아닌 연결된 하나의 사이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리브영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정기적으로 미용 시술을 받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생·진정 중심의 애프터 케어 제품군도 동반 성장 중이다. 고기능성 스킨케어 시장 역시 세분화되며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Over the Makeup : 메이크업의 진화, 바르는 색조에서 색을 입은 기초로)'는 메이크업의 본질이 단순 커버를 넘어 피부 회복을 돕는 케어로 이동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메이크업 시간 또한 피부 케어 타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메이크업 제품에서도 진정·장벽·수분 기능 수요 증가 & 바를수록 건강해지는 메이크업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색조 제품만으로 기본적인 피부 관리 기능을 충족하려는 '스킵케어(Skip Care) 메이크업' 트렌드도 확대될 전망이다.
'O(One-Bite Luxury : Z세대 럭셔리, 가볍게 경험하고 취향껏 소유하다)'는 Z세대가 보여주는 특유의 소비 성향을 반영한다. 일상에서는 절약하되, 관심 분야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태도와 함께, 럭셔리를 '소유'가 아닌 '콘텐츠'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브랜드 세계관에 참여하는 하나의 놀이 방식으로 확장되면서, 오는 2030년에는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4분의 1을 Z세대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마지막 키워드 'N(Next-Gen Beauty Concierge :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은 AI가 소비자의 피부 상태·패턴·라이프스타일을 실시간으로 이해하며 최적의 루틴을 제안하는 '초개인화'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나타낸다.
AI가 단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이해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비교·검색의 피로감과 구매 실패의 불안함이 사라지게 되고, 매일 매 순간 나에게 꼭 맞는 뷰티 루틴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실시간 피부 상태, 날씨, 환경 데이터를 반영해 매일 달라지는 맞춤 케어 제공 및 데일리 케어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케어가 가능해지며, 나만의 프리미엄 뷰티 경험을 실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올리브영은 이번 리포트에서 글로벌 일상 속 K뷰티, 미용 시술과 홈케어가 하나의 사이클로 연결되는 '프로 셀프케어', 가볍게 경험하고 취향껏 소유하는 GenZ '럭셔리 뷰티', AI '초개인화 뷰티 컨시어지' 등 다양한 뷰티 트렌드를 함께 제시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