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축소·중기 경영난 가중"...유통업계 '균일가' 출혈경쟁 확산우려

등록 2026.01.07 08:00:14 수정 2026.01.07 08:01:14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고물가 인한 '가성비' 소비 트렌드 확산…균일가·최저가 경쟁 본격화
다이소, '균일가 생활용품점' 내세워 '앞장'…대형마트·이커머스 합류
"생필품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전체 시장 축소·中企 도태 가능성"

 

【 청년일보 】 유통업계에 '균일가 상품' 경쟁이 확산하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업계의 이와 같은 경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체 시장 축소와 중소기업 경영난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각 유통 산업군은 잇따라 균일가 판매 모델을 도입하며 '최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가 군불을 땐 균일가 경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라며 "어느 정도 수준까지 균일가를 낮출 수 있을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균일가 판매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업체는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표방하며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다이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주된 소비자 트렌드로 자리 잡음에 따라 발생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다이소는 여전히 생필품을 전자상거래(이하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구매를 결정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다이소의 상품은 6단계의 균일가 정책(500원, 1천 원, 1천500원, 2천 원, 3천 원, 5천 원)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약 3만 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필품을 이러한 균일가 정책에 맞춰 이커머스 플랫폼보다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다이소는 이러한 균일가 판매 정책에 기반한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지난 약 4년간의 시간 동안 크게 성장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이소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약 2천838억 원과 2천39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2023년에는 2천617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작년에는 3천7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3천억 원대에 진입했다.

 

이와 같은 실적은 기존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칭해지던 대형마트 업체는 물론 편의점 업체의 실적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균일가에 기반한 가성비 중심의 소비가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다이소가 큰 성공을 거두자 전통적인 유통 산업인 대형마트 업계도 이와 유사한 판매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작년 12월 17일 생활용품 균일가 편집숍 와우샵을 왕십리점을 포함한 4개 지점에 시범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in-shop) 형태로 운영되며 이번에 왕십리점에 마련된 공간은 66.1㎡(20평) 규모다.

 

와우샵은 모든 상품을 1천원·2천원·3천원·4천원·5천원 등 균일가로 판매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마트는 전체 상품의 64%를 2천원 이하, 86%를 3천원 이하로 구성했다.

 

와우샵은 '가성비 생필품' 중심으로 편성됐다. 대표 상품군으로는 ▲수납함·옷걸이·욕실화 등 홈퍼니싱 ▲보관용기·조리도구·도마 등 주방용품 ▲여행 파우치·운동용품 등 패션 스포츠 ▲거울·빗·브러시 등 뷰티용품 ▲지우개·클립·풍선 등 문구 ▲USB 허브·충전 케이블 등 디지털 소형 가전 등이 있다.

 

시범 도입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와우샵이 도입된 각 점포별 일평균 매출은 목표액 대비 3배~5배 초과 달성 중이다. 특히 수납함·옷걸이·욕실화 등 홈퍼니싱 용품과 보관용기·조리도구·도마 등 주방용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앞으로 시범 운영 중인 4개 점포의 고객 반응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상품 운영 방향을 다각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뷰티 상품군에 한정해 균일가 판매존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작년 6월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에 '가성비 뷰티 상품존'을 신규 도입한 이후 12월까지 전국 80개 점포에서 40여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가성비 뷰티존'은 모든 상품을 5천원 미만으로 구성했다는 게 특징이다.

 

가성비 뷰티 상품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가성비 뷰티존의 작년 11~12월 매출은 지난 9~10월 대비 약 70% 상승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비단 대형마트 업계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채널 간 가격 경쟁을 본격화한 이커머스 업계로도 역확산되고 있다.

 

또한 11번가는 작년 10월 진행한 월간 기획전 '찐템페스타'에서 인기 뷰티 브랜드와 기획한 11번가 단독 세트 상품을 2만 원 균일가에 선보인 '럭키박스' 코너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5천 원 이하 뷰티 상품을 무료 배송으로 만나볼 수 있는 '선착순 체험딜' 코너도 운영하며 가성비 균일가 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실질적 효능감도 높였다.

 

11번가는 9천900원 이하의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가성비 아이템 전문관 '9900원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전문관에서는 구매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상품에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9900원샵은 생활용품, 주방용품, 패션잡화, 뷰티, 스포츠용품, 인테리어용품, 문구 등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판매 상품 규모를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9900원샵의 2025년 4분기 결제 거래액은 직전 분기(2025년 3분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G마켓도 초저가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G마켓은 매월 1~3일마다 'G락페'를 개최하고 시즌 인기 상품을 업계 최저가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비록 본격적인 '균일가'를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G마켓을 포함한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다이소를 모델로 한 균일가 판매 전략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도 "프로모션 방향은 다양하게 오픈돼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통업계에서 균일가 판매 전략이 확산되는 이유로는 대내외적 경제적 불안 요소가 거론된다. 특히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이 이러한 판매 전략을 하나의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한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적인 국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 판매액은 작년 기준 50조 원 중반대에 머물렀다.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로 일컬어지는 생활물가지수도 2024년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의 수치다.

 

특히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식품류와 커피는 각각 3.2%, 11.4% 상승하며 고물가 기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고, 식자재 가격 물가 상승으로 김밥·자장면·떡볶이 등 조사 대상이 된 대중 식사 메뉴 가격 역시 4~5% 상승했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특히 1천400원대를 상회하고 있는 환율이 원자재값 상승에 대한 압박 요인으로 지속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환율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물가에 최종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균일가 판매 전략이 한동안 유통업계의 주된 판매 트렌드로 자리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경영계 전문가는 "고물가 기조는 대외적 불안 요인 증가로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동안 유통업계는 마진을 최소화하더라도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균일가 및 최저가 판매 방식 역시 이와 같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이와 같은 경쟁 구도에서 유통업계 전체 시장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같은 경쟁이 지속될 경우 전체 유통 산업군의 시장 총량(總量)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며 유통 업체들이 이와 같은 판매 전략과 함께 높은 마진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균일가 판매 방식이 확산될 경우 중소 유통업체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 그 자체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며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은 가격 변동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채널로 현재의 가격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야기된 경쟁이 바로 균일가 판매 경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가성비 및 저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자 유통 업체들이 이에 맞춰 판매 전략을 변화시킨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지만 이러한 경쟁은 판매 채널이 제한적인 중소 규모 유통 및 제조업체에 어려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균일가 책정이 불가능한 중소 규모 업체의 어려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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