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마트가 생활용품 균일가 편집숍 '와우샵'을 오픈하며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문가들은 이마트가 대형마트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와 같은 경쟁이 업계 내 현금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17일 생활용품 균일가 편집숍 와우샵을 왕십리점에 시범 도입했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in-shop) 형태로 운영되며, 이번에 왕십리점에 마련된 공간은 66.1㎡(20평) 규모다.
와우샵은 모든 상품을 1천원·2천원·3천원·4천원·5천원 등 균일가로 판매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마트 측에 따르면, 전체 상품의 64%를 2천원 이하, 86%를 3천원 이하로 구성했다.
와우샵은 '가성비 생필품' 중심으로 편성됐다. 대표 상품군으로는 ▲수납함·옷걸이·욕실화 등 홈퍼니싱 ▲보관용기·조리도구·도마 등 주방용품 ▲여행 파우치·운동용품 등 패션스포츠 ▲거울·빗·브러쉬 등 뷰티용품 ▲지우개·클립·풍선 등 문구 ▲USB 허브·충전 케이블 등 디지털 소형가전 등이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생필품은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고마진' 상품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와우샵 오픈이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필품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마진을 대부분 포기하고 오직 시장 점유율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며 "'균일가'라는 상품가를 위해 이마트 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유통, 자본 역량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계는 이마트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균일가 생필품 편집숍을 오픈한 이유로 ▲실적 부진 ▲중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 등을 거론한다.
먼저 업계는 이마트가 오픈한 와우샵이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직접적으로 겨낭한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마트 내부의 한 관계자 역시 "이번 와우샵 오픈은, 그간 암묵적으로 경쟁 관계로 인식했던 다이소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신호탄"이라며 "다이소의 약진과 최근의 실적 부진에 상당한 상관 관계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마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이소가 급성장하는 동안 되려 역성장을 거듭하면서 '유통 공룡'으로서의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이마트는 2021년 약 3천1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듬해인 2022년 약 1천357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2023년에는 약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작년의 경우 소폭 반등해 47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뉴노멀'로 자리잡은 전자상거래(이하 이커머스) 플랫폼이 새로운 소비자 및 기업 간 거래(B2C)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가 더 이상 대형마트의 생필품·소비재를 직접 보고 구입해야할 니즈가 급감한 영향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 업계는 '신선식품'으로 주요 판매 상품군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직접 상품을 보거나, 만져볼 수 없는 이커머스 플랫폼 대비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품목은 결국 먹거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 역시 그간 식료품(그로서리)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당한 역량을 쏟아왔고, 5년 만에 내놓은 서울의 신규 점포인 고덕점에 '이마트 푸드마켓' 1호점을 첫 오픈하기도 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업계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업체가 바로 다이소다. 다이소는 대형마트 업계가 주력 상품군을 이와 같이 전환하는 동안 '균일가 생활용품점'이라는 기치를 정면으로 내세우며 여전히 직접 경험을 통해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틈새 시장'을 공략해왔다.
실제 다이소는 이마트가 역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다이소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약 2천838억원과 2천3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이마트가 적자로 돌아선 2023년에는 2천617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크게 성장했다. 작년에는 3천7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3천억원대에 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신선식품을 선택한 것이지만, 주요 수입원이었던 생필품·소비재에 대한 수요를 다이소에게 빼앗기는 꼴이 된 것"이라며 "와우샵은 그간 이러한 상품군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이마트가 와우샵 시범 운영을 시작한 또 다른 원인으로는 중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가 거론된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업계가 주력 상품군으로 재구성한 신선식품은 투자 비용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이 창출된다. 수백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신선식품 유통·보관을 위한 콜드 체인 구축과 유지에 막대한 비용과 인적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신선식품 분야에서 근무하는 한 상품기획자(MD)는 "신선식품은 유통구조 유지를 위해 거둬들이는 수입 대부분이 사용된다고 할 정도로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선식품을 기반으로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역시 이마트가 균일가를 내세우며 종전보다 낮은 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와우샵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유로 이를 꼽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 능통한 한 애널리스트는 "이마트 입장에서는 다이소가 생필품, 소비재 영역에서 더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신선식품만으로는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다이소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명확한 요소가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마트는 다이소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거대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마트 역시 이와 같은 요소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 측은 "바이어들은 초저가 생활용품 개발을 위해 해외 전문 제조사를 수차례 방문해 수만 개 상품을 직접 검토하고 선별했다"며 "이마트가 지난 33년간 축적해온 매입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않았던 구색 상품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기 상품까지 총망라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과 저렴한 신선식품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이마트가 다이소에 비해 앞서는 점으로 평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업체 모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품목을 만나볼 수 있는 이마트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도 "이마트는 이미 그로서리 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품군에 더해 소비자들이 더욱 경쟁력 있는 비식품 상품 역시 만나볼 수 있도록 '선택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도 담겼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이마트의 와우샵 시범 운영이 대형마트 업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참신한 시도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균일가 경쟁'이 업계 간 현금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유통업계의 정통한 한 경영계 전문가는 "수년간 '신선식품'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뒀던 대형마트 업계가 '균일가 생활용품'이라는 새로운 경쟁에 돌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이마트의 과감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마트의 자본력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다이소와 직접적인 경쟁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균일가를 위한 경쟁이 업계 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대형마트 업계는 신선식품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로 인해 대형마트 전체 시장 역시 축소되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생활용품 등 공산품을 다이소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구매하다 보니, 대형마트는 점차 '그로서리 전문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그로서리와 생활용품을 분리해 전문화하는 전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이소가 이미 최저가 수준의 상품을 많이 확보하기 있기 때문에, 이마트가 이를 가까이 추적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대량 공급을 통한 가격 절감을 위한 더 많은 와우샵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더 많은 와우샵 운영이 가능하다면, 그간 이마트가 축적한 유통 역량과 노하우를 통해 다이소를 빠르게 추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저(低) 성장에 돌입한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향후 수년간 이와 같은 균일가 등 초저가 전략은 하나의 '메가 트렌드' 즉, 대세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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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마트는 19일 오픈한 은평점을 포함해 연말까지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에서 와우샵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고객 반응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상품 운영 방향을 다각도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와우샵에 들어설 상품은 기존 자사의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와는 차별화 된 브랜드"라며 "향후 소비자 반응에 따라 다양한 상품 구색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