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예산 규모 약 14조원에 달하는 부산광역시의 ‘제1금고’ 자리를 놓고 20년간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왔던 BNK부산은행(이하 부산은행)과 ‘제2금고’를 맡아 온 KB국민은행간 경쟁이 예상돼 주목된다.
그 동안 부산은행은 부산시의 금고지정 관련 규칙(금고지정 신청 은행이 제1금고와 제2금고를 동시에 지원 불가)의 수혜를 받아 무려 20년 가까이 제1금고를 독점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해당 규칙을 폐지하는 내용의 부산시 조례안이 발의되면서 올해부터는 여타 시중은행들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 2012년 시금고 선정 대가로 부산시 담당 공무원의 아들을 부정 채용하는 등의 ‘채용비리’ 정황이 2018년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은행권 일각에서는 특정 은행의 시금고 독점에 대한 폐해와 부산은행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시금고를 선정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부산시 등 총 64곳이다. 이 중 예산 규모(올해 기준, 추경 제외)가 상대적으로 큰 광역단체는 부산(13조 7800억원), 전남(9조 3000억원), 광주(6조 1400억원) 등 3곳이다. 이들 3곳 모두 복수 금고를 운영하고 있응 상태로, 제1금고를 맡는 은행이 총 예산의 80~90%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제1금고는 농협은행이, 제2금고는 광주은행이 담당하는 전남을 제외한 부산시와 광주시의 제2금고를 담당, 관리하고 있다.
부산시와 광주시의 제1금고는 각 지역의 거점 지방은행들인 부산은행과 광주은행이 수 십년 넘게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이 같은 독점적 지위를 수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않다.
특히 부산시의 시금고 경쟁의 경우 지난해 3월 ‘부산광역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안’이 발의되면서 제1금고에 대한 부산은행의 독점적 지위가 사실상 깨진 상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동안 부산시는 은행들이 금고지정 신청 때 제1금고와 제2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없도록 해왔다. 그러나 조례안에 따르면 시금고 신청 은행들은 올해부터 제1금고와 제2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시금고 지정 심의 때 2개 이상의 금융기관 경쟁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 2001년 부산시의 제1금고 관리 은행으로 선정된 이래 현재까지 진행된 6차례의 제1금고 입찰에 단독으로 신청했다.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셈이다.
이는 제1금고와 제2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없도록 금지해 온 기존 규칙에 부담을 느낀 시중은행들이 제1금고 신청을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시행되는 새 조례안에 동시 지원이 가능해지도록 변경된 만큼 사실상의 제1금고에 대한 독점지위 혜택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보호장치(?)가 소멸된 상태에서 지난 2012년 부산은행의 시금고 선정과 관련 채용비리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윤리적 문제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당시 검찰의 수사 결과 부산은행은 시금고 선정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세정담당 공무원 송모씨의 아들을 부정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송모씨는 지난해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고, 당시 은행장이던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도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경영에 있어 중요시되는 부분은 고객신뢰와 윤리경영을 빼놓을 수 없다"면서 "특히 시 예산을 관리하는 시금고 선정에 있어 비리혐의가 드러나 부산은행이 과연 부산시의 제1금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 동안 부산은행은 부산시 조례안의 특혜로 무려 20년간 별다른 경쟁 없이 제1금고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면서 "올해의 경우에는 부산은행의 시금고 관리 자격여부에 대한 철저한 기준과 심사가 요구시된다"고 덧붙였다.
업계내 부산은행의 비도덕성 등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면서 시금고 관리 경쟁대상으로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어 또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부산시의 제2금고를 운영해 온 경험과 막강한 자금력을 토대로 한 출연금 등 물량공세가 가능하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한 농협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에 제2금고 지위를 내주기 전까지 부산시의 제1금고를 맡은 바 있다. 아울러 부산시 본청을 제외한 10개구에서 부산은행에 이은 제2금고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제1금고 선정 시 업무 효율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지자체 금고 선정 은행이 지자체측에 제공하는 출연금에 제공을 걸고 나선 점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 은행들의 각종 출연금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시행에 나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자자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무리한 출연금 경쟁에 나서고, 이를 브랜드 가치 제고 및 홍보 효과 등을 이용해 예상 수익을 부풀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금 경쟁이 줄어든 점은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자금력이 다소 빈약한 지방은행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