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인체 흡입시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 없다”면서도 “그러나 재판부가 2년여간 심리한 결과 유죄가 선고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는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 사법의 근본 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SK케미칼은 흡입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인 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MIT와 MIT 등은 앞서 일부 제조사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와 다른 성분이다.
사망자 12명, 부상자 87명을 낸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하지만 CMIT·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제품을 제조·판매한 SK케미칼, 애경산업 관계자들은 2016년 1차 가습기살균제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2018년 11월 피해자들이 SK케미칼·애경산업 관계자들을 다시 고발하면서 시작된 2차 수사에서 2019년 7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8개월에 걸친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 끝에 홍 전 대표, 안 전 대표 등 총 34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