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교육계에 바야흐로 '코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다. 코딩은 최근 산업계가 전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에 있어 필수적 요인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고급 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어 기초 입문과정으로 꼽힌다.
정부 역시 코딩이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인재 양성의 필수 소양으로 보고 교육과정에 이를 공식적으로 담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다. 또한 당장 올해부터는 디지털 등 첨단 분야에서 대학 입학 후 5년 6개월(11학기) 만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학·석·박사 통합과정'이 도입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분야 인력 100만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초·중등생의 코딩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앞서 학생들의 실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참신한 교육법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호랑에듀'다.
◆ "한글로 코딩하면 더 쉽지 않겠어요?"…유도희 대표의 빛나는 '발상'
호랑에듀는 코딩을 '영문'이 아닌 '한글'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호랑에듀를 이끄는 유도희 대표는 "초·중등생 입장에서는 여전히 생소할 영문으로 이보다 더욱 어려운 코딩 개념을 익힌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라며 "그렇다면 꼭 코딩을 영문으로 배워야 할까라는 생각에 이르게됐다"고 소회했다.
유 대표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사회에 첫 발을 떼기 시작한 진정한 '사회 초년생'이다. 개발자 교육과정을 밟은 그는 '창업'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자신이 고교시절 겪었던 실제적인 경험을 꼽았다.
유 대표는 "저는 교육과정에서 코딩이 의무화된 것을 경험하게 된 첫 세대"라며 "영어 문법을 외워서 그 문법대로 맞춰서 타자를 쳐서 코드를 짜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중등생이 영어라는 외국어로 인한 장벽으로 코딩 학습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을 보며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글 기반의 코딩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싶었다"라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는 고교 1학년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이 같은 창업 아이템을 발굴했다고 부연했다.
유 대표는 "경기도 안산의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라는 IT 특성화고를 다니며 창업진흥원의 '비즈쿨'로 활성화돼 있는 동아리를 통해 활동을 하며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며 "당시 구상한 아이디어를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사업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창업까지 이어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 한글로 코딩 배우니 능률↑…선생님·학생도 모두 '만족'
호랑에듀는 현재 공공기관의 코딩 교육과정과 일부 사교육 시설에 한글 기반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현장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수익모델 고도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유 대표는 한글 기반 코딩 교육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도 과연 학생들과 선생님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많은 우려를 했다"라며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사업화검증(PoC)을 진행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호랑에듀는 주요 백화점 문화센터를 비롯해 안산시 소재 청소년재단과 모처의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PoC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PoC 결과 영문을 통한 코딩보다 한글을 활용한 코딩이 더 쉽고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10명 중 8명 이상이었다"라고 부연했다.
유 대표는 비단 한글을 통한 코딩 교육의 편의성을 증진하는데 그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코딩 학습' 그 자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글을 통한 코딩 학습에 더해 호랑에듀의 자체 캐릭터 '호랑'을 통해 구성한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재미를 느낀다는 교사와 강사분들의 피드백이 많다"라며 "이러한 긍정적 피드백과 함께 호랑에듀의 상품을 다시 구매한 사례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호랑에듀가 현장에서의 이 같은 호응을 등에 업고 추후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BM)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현 시점에도 각종 교육 기관에서 호랑에듀의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호랑에듀가 구체적 수익을 위해 목표로 하는 대상은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에 단기 강의를 나가는 업체"라며 "장기적으로는 사교육 업체를 대상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호랑에듀가 정부의 교육 사업인 '디지털 새싹'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대학교 컨소시엄 등과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유 대표는 추후 자사의 한글 코딩 교육 프로그램 및 과정의 고도화가 이루어지면 보다 견고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상을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한글 기반 LLM 통한 '생태계' 구축할 것…"호랑에듀 통해 확장된 꿈 실현하길"
그는 장기적으로 한글 기반의 대형 언어 모델(LLM) 구축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LM은 주어진 프롬프트에 대해 인간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로 훈련된 고급 AI 모델을 의미한다.
유 대표는 "기본적으로 코딩은 논리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렇다면 초·중등생이 '꼭 영문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와 문법으로만 코딩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라는 장벽에 부딪혀 코딩 자체를 포기하는 일을 줄일 수 있도록 현재 '한글에 기반한 자연어 코딩 LLM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호랑에듀가 개발 중인 LLM은 한글, 즉 자연어에 기반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문법을 통해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AI 모델이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영문 기반의 코딩은 영어와 그에 해당하는 문법으로 값을 입력하지 않을 경우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영어 역시 낯선 초·중등생이 코딩을 위해 고급 영문에 기반한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습득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현재 호랑에듀는 챗GPT(ChatGPT)로 알려진 GPT 모델을 활용한 파인튜닝을 통해 한글 기반 자연어 코딩 LLM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이를 활용한 PoC 역시 준비 중이다. 이는 관련 스타트업계 최초 사례라는 점과 실현될 경우 코딩 교육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 또한 높다. 호랑에듀는 올해 하반기 베타서비스를 목표로 해당 LLM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영문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와 문법에 구애 없이 한글을 통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연어 LLM을 만들어 학생들이 더욱 쉽게 코딩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추후에는 일반 학생들을 넘어 비전공자 대학생 및 직장인은 물론 평생교육원에서 공부를 하는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한글 기반 코딩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 대표의 호랑에듀의 이 같은 포부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발판도 마련한 상태다. 호랑에듀는 최근 윤민창의투자재단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각종 공공기관을 비롯해 에듀테크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추후 도약을 위한 판로 마련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또한 유 대표는 정부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초등생 3학년 이상 주요 과목 수업에 도입할 예정인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도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추가적인 투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호랑에듀를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호랑에듀의 교육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통해 코딩에 입문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논리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한글을 통해 코딩을 하고, 또 그 코딩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논리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꼭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컴퓨팅 사고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소양인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랑에듀를 통해 이를 기를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 대표는 호랑에듀가 단순히 코딩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비전공자의 꿈 역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 대표는 "호랑에듀를 통해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접하며 학습했던 결과가 전공과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추후에 다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주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면 정말로 만족스러울 것"이라며 "그때 다시 호랑에듀가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고, 그의 꿈을 실현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다음과 같은 수줍은 '구인 공고'로 청년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이 기사를 보시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함께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한글 코딩'이라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모두 환영입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