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하는 스타트업의 미래] ⑬ 홍현진 무브잇 대표

등록 2024.08.27 08:00:00 수정 2024.08.27 10:15:27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무브잇, '선한 파이낸싱 솔루션' 통해 축산 농가 지원…"돼지·소 담보로 안정적 자금 제공"
과도한 유통 과정에 축산 농가·소비자 피해…"고품질·합리적 가격에 식품 제공토록 노력"
소고기 식당 '본정', 지속 가능한 성장 증명…"축산 커뮤니티 활성화·농가 육성 지원할 것"

 

【 청년일보 】 "먹거리 물가가 너무 올라 밖에서 고기 먹기가 무서운데, 최근 한우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가족들과 한우를 즐기지 못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 먹거리 물가는 최근 몇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한 114.13(2020년=100)을 기록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이 7월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실질적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어느 때 보다 먹거리 물가 안정이 필요한 가운데 '고급 먹거리'의 대명사로 꼽히는 한우를 보다 많은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국내 축산 유통망의 혁신을 꿈꾸는 '무브잇'이다.

 

◆ "15년 회사 생활 이후 '나'를 위해 일하기로 결심"…'1차 산업' 안정성에 관심

 

무브잇은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파이낸싱 솔루션을 제공해 축산인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영위하도록 돕는 동시에 과도한 국내 농축산물 유통과정을 줄이기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무브잇을 이끌고 있는 홍현진 대표는 과거 대형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올해 3월부터 농축산업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의 사업에 뛰어들었다. 

 

홍 대표는 "과거 대형 금융회사에서 약 15년가량 경력을 쌓아왔는데, 회사 방침을 보니 희망퇴직이 벌써부터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라면서 "지금껏 회사를 위해 일을 했으니 이제부터 자신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부터 견고한 산업 기반이 형성돼 있는 1차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다른 농축산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투자를 이끌어 낸 경험이 있었고, 축산과 관련된 금융 조각투자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에서도 일을 했다"라며 "이후 1차 산업을 '가장 위험성이 적은 마지막 산업 생태계'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왔다"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농축산인들의 고충, 고민들을 듣고 직접 사업을 전개할 결심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특히 한우의 유통과정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소비자 판매가가 교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돈·한우 축산 농가 및 유통시장이 적게는 생산자·운송인·도축장·경매장·중도소매상·소매상·소비자 등의 매우 복잡한 단계로 나눠져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축산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21조원 규모의 시장에서 생산자부터 경매장까지의 단계는 1조원에 불과하다"라며 "나머지 20조원은 경매장에서 소비자로 도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액이며,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해당 축산물을 비싸게 구입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축산물의 유통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1차 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형태의 파이낸싱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무브잇의 사업 내용이자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 축산산업, '자본집약적' 특성…"우수한 인재·노하우로 혁신적 파이낸싱 솔루션 제공"

 

무브잇은 기존에 축산 농가가 사업 자금을 빌려올 수 있는 곳인 공공기관·캐피탈업체·기타 대부업체 보다 더 진화되고 안정적인 파이낸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홍 대표는 "축산산업은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야 돈을 더 벌 수 있는 자본집약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농가는 지속적으로 축사도 더 늘려야 하고, 소나 돼지를 더 키워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축산 농가는 지속적으로 여유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축산 농가가 여유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공공기관·캐피탈업체·사채업자 등의 대표적인 파이낸싱 솔루션이 각각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먼저 공공기관과 캐피탈업체은 대부분 땅, 축사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에만 자금을 대출해 준다"라면서 "이럴 경우 축산 농가 입장에서는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현물에 한계가 있다 보니 조달할 수 자금에 제약이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히 자금을 대출해 준다고 해도 정해진 목적에만 대출 자금을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축산 농가가 대출금을 활용할 수 없다"라며 "예를 들어 축산인이 소를 구입하면 대출업체가 우시장에 돈을 입금해 주는 형태로 대출이 제공돼 축산 농가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크고, 일반적인 금리도 공공기관의 경우 5~6%대, 캐피탈업체가 12%대로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기타 대부업체의 경우 캐피탈업체 금리와 유사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일반적인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땅, 축사 등이 아닌 돼지·소 등을 담보로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축산 농가에서 가장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돼지·소 등을 담보로 할 경우 금융업체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환금률을 확보할 수 있는 한편, 농가 입장에서도 대출금을 활용해 보다 자유로운 사업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피력했다.

 

그는 돼지·소 등을 담보로 한 자금융통 및 지원 파이낸싱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로 한국의 우수한 축산물 관리 시스템과 그간 자신의 경력에서 확보한 우수한 인재,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을 꼽았다.

 

홍 대표는 "한국의 경우 축산물 관리 과정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하고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면서 "마치 우리 국민들이 가진 주민등록번호처럼 축산물에도 유사한 코드가 부여돼 생산부터 유통과정까지 세부적으로 공개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금을 제공하는 금융업체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안정적인 환금성, 안정성을 보장하는 현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돼지·소 등 축산물은 대외 환경과 무관하게 시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단지 축산물 관리 시스템을 통해 착안한 아이디어를 넘어 이를 '파이낸싱 솔루션'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인적 자원과 노하우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그는 "이와 같은 방법과 함께 '건전한 축산 농가'를 파악하는 것도 파이낸싱을 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무브잇은 축산 농가의 신용평가를 진행하는 데 있어 축산물 사료업체의 '여신(與信)' 정보를 참고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산물 사료는 농가로부터 즉각적으로 대금이 지급되는 형태가 아니라 여신에 굉장히 민감한데, 이를 통해 무브잇도 특정 농가에 대한 신용도를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어 다양한 사료업체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더 나아가, 높은 신용도를 지닌 '우수 농가 리스트'를 다시 한번 평가하고, 파이낸싱을 하는 것은 순수히 무브잇이 보유한 인적 자원, 네트워킹 역량이자 그간 축산업계에서 쌓아온 노하우의 집약"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자 역시 '저렴한 금리'를 지향해 공공기관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캐피탈업체나 대부업체 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어 축산 농가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마블링' 중심 소고기 등급제 개선돼야…"'축산물 패커 시스템' 도입 필요"

 

홍 대표는 축산 농가의 성장과 건전한 자금 유동성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소비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소고기의 기준을 다양화하는 것도 무브잇의 또 다른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무브잇이 제공하는 파이낸싱 솔루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통과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의 식탁에 품질 좋고 저렴한 한우가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축산 농가가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금을 제공해 자신들의 생산물(축산물)의 유통과정에서 목소리를 더 낼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현재 축산 농가는 도축 이후에는 가격 결정 등에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말하자면, 이후 단계에서 발생하는 마진은 축산 농가에 돌아가지 않으며, 그 뒤에서 축산물을 이리저리 유통하는 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소비자가 구입하는 소고기 가격이 최초 유통가보다 수십 배 비싼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단적인 예로 서울 모처의 오마카세 식당에서 소고기를 먹을 경우 대략 60배가량 비싼 가격을 주고 먹는다고 보면 된다"라며 "축산 농가들 역시 자신들의 축산물의 가격이 왜곡되는 것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일률적인 '마블링' 중심의 소고기 등급 평가제도 역시 소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현재 소고기 등급 평가의 기준은 신선도가 아닌 마블링으로만 이뤄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소고기 등급이 낮아지면 문제가 있다고 인식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각 소비자의 건강상태, 체질에 맞는 소고기를 취사선택해 섭취하는 게 해당 소비자에게는 더 건강하고 맛있는 최상급 소고기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홍 대표는 한국의 축산물 유통 법률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한돈·한우를 수출할 수 있도록 '축산물 패커(Packer)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현재 수출되고 있는 만두 등 기타 식품에는 한돈·한우가 포함될 수 있지만, 한돈·한우 그 자체로는 수출될 수 없어 더욱 폐쇄적인 시장 및 유통환경이 고착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본정'은 무브잇의 지향점…"농가와 선한 영향력 주고받을 것"

 

홍 대표는 청년일보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식당인 '본정'이 무브잇이 지향하고 있는 이상적 목표가 실현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정은 단순히 소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이 아니라, 무브잇이 제공하는 파이낸싱 솔루션을 통해 품질 좋은 소고기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그는 본정을 통해 기존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금융업체·축산 농가·소비자가 선순환할 수 있는 실제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 대표는 무브잇이 본정을 운영하며 벌어들이는 수입 외에도 다양한 사업 모델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고 있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입육을 거래하는 기존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서도 매출이 나고 있고, 한돈·한우를 유통하면서도 수입을 내고 있다"라며 "저축은행·사모펀드·해외 LP 자금 등도 대기하고 있어 안정적인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선한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통해 운용자금을 확보한 실력 있는 농가들이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게 무브잇의 목표"라면서 "장기적으로는 한돈·한우 농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농가에 이와 같은 형태의 파이낸싱 솔루션을 제공해 유통 선순환을 구축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홍 대표는 폐쇄적인 축산 농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점차 가업승계가 이뤄지며 젊은 축산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젊은 축산인'들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돕기 위해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있고, 축산 농가 운영을 위해 필요한 각종 농기구를 공동 구매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홍 대표는 특유의 호방한 말투와 함께 다음과 같은 진심 어린 소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축산 농가들이 본업의 본질을 온전히 지키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농가는 좋은 돼지와 소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투자자는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는 한편, 소비자는 더 싼값에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도록 심도 깊은 노하우로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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