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성장에 '발목(?)'...'제로섬 게임' 치닫는 배달업계

등록 2024.09.24 08:00:00 수정 2024.09.24 08:00:07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배달비 무료·구독형 멤버십 경쟁 '치열'…"지속적 현금 출혈 유발"
전문가 "소비자에 결국 피해 전가될 것"…공정한 시장 경쟁 촉구

 

【 청년일보 】 배달업계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는 업계의 현황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 중개 수수료(이하 배달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최근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를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본다면, 현재는 시장 자체의 '거품'이 꺼지고 다시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계가 빠르게 성장할 당시 몸집을 크게 불려놓아 현재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각 업체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업계 3위인 요기요의 사용자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요기요는 올해 3월 570만9천473명의 MAU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550만5천156명으로 그 수치가 감소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도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사용자 수가 감소하다가 8월 2천280만명대를 회복하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유일하게 지속적인 성장세를 지속한 곳은 쿠팡이츠로, 올해 3월(625만8426명)부터 8월(810만5303명)으로 사용자 수가 꾸준히 점증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달 시장 전체 규모가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음식 배달(푸드 딜리버리)로 발굴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은 나올 만큼 나온 상황이어서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시장 성장을 도모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오히려 배달비 인상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용자들의 이탈이 지속돼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전반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업계 현황을 우려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캐시 카우' 발굴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보다 심화된 업체간 경쟁으로 업계 전반의 성장 동력이 저하되고, 특정 업체가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경쟁이 격화된 대표적 사례로 '배달비 무료화'와 '구독형 멤버십'을 꼽고 있다.

 

배달비 무료화 경쟁의 첫 신호탄은 올해 3월 쿠팡이츠가 처음 쏘아 올렸다. 쿠팡이츠는 이 시기부터 자사의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과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추격이 거세지자 배민 역시 올해 4월부터 다구간 배달인 알뜰배달을 무료로 제공한 바 있다.

 

요기요 역시 배달비 무료를 앞세운 구독형 요금제 '요기패스 X'의 가격을 인하하는 한편, 네이버·토스 등과 제휴를 확대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용자 수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배민도 올해 5월부터 구독형 멤버십인 '배민클럽'을 시범 운영한 이후 이달부터 이를 유료화해 출시했다. 다만, 배민클럽 역시 시장 반응이 현재까지 뜨뜻미지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아직 정식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배민클럽의 반응이 기대 이하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가격과 혜택의 차이가 있지만 쿠팡 멤버십과 비교해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경쟁이 업체의 지속적인 '현금 출혈'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쿠팡이츠의 경우 전자상거래(이커머스)라는 본 사업에서 압도적인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지속적인 현금 수혈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우위가 존재한다"라면서 "쉽게 말하자면, 배민과 요기요는 오직 '배달 사업'만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쿠팡이츠는 쿠팡의 '부업'으로서 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대한 여유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업체가 꼭 쿠팡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양상이 지속될 경우 경쟁사들은 지속적으로 특정 업체에 끌려다니며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앱 시장 자체를 특정 업체가 잠식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전문가는 "업계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또 이를 지속할 동력을 확보한 업체가 존재할 경우 대개 독과점 형태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이럴 경우 시장 내 1위 업체가 결국 타 업체를 잠식해 이를 견제할 주체와 수단 자체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이 진행된다면 소비자들은 일시적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결국 이러한 혜택은 소비자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청구서'로 돌아오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라면서 "현재 배달앱 시장이 이와 같은 흐름과 굉장히 유사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건전한 경쟁을 통해 업계와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는 시장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시장 상황이 그에 따라주지 않고 있어 아쉬운 부분"이라며 "업계가 건전한 경쟁을 위해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관해 열린 자세로 협의하고 동행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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