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자영업자는 "뒷전"...배민·쿠팡이츠, 국감 앞두고 "네탓 공방"

등록 2024.10.04 08:00:00 수정 2024.10.04 08:16:09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공정위에 배민 신고…업계 1·2위, 책임 전가 본격화
양측, 국감 앞두고 '여론전' 돌입…전문가 "불필요·무의미한 논쟁 자제해야"
실질적 상생구조 마련·수수료 인하…"혁신으로 플랫폼 지속성 확보 중요"

 

【 청년일보 】 배달 플랫폼업계의 배달 중개 수수료(이하 배달 수수료) 인상을 두고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가 격론을 벌이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앞두고 그간 누적됐던 배달 플랫폼업계의 고름이 터져 나오자 양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높은 배달 수수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인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신음은 여전히 깊어지고 있어,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이고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7일 한국프랜차이즈협회(이하 협회)는 배민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배달앱 이용료 남용행위로 신고했다. 이로 인해 배달 플랫폼업계 1, 2위사 간의 갈등도 덩달아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협회는 배민이 구독형 멤버십 '배민클럽'을 도입하며 독과점적 지위를 활용해 배달앱 이용료를 두 차례에 걸쳐 대폭 인상하는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남용행위·자사 우대행위·최혜 대우 요구행위 등을 벌였다고 전했다.

 

◆ 논란 중심선 '최혜 대우 조항' 강요…'남 탓' 바쁜 배달 플랫폼

 

이번 논란의 핵심인 '최혜 대우' 요구는 특정 플랫폼이 자영업자에게 타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메뉴 가격보다 낮거나 동일한 가격을 자사앱에서도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이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면, 그에 맞춰 공급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예를 들어, 배달 플랫폼이 배달 수수료를 1천원으로 설정했을 때 자영업자가 소비자에 판매하는 상품의 판매가를 1만원으로 설정했다면, 배달 플랫폼이 배달 수수료를 3천원으로 인상해 상품 공급가를 1만2천원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자영업자들이 높은 배달 수수료에 이처럼 대응하자, 배달 플랫폼은 최혜 대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즉, 배달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경쟁 플랫폼에서 더 낮은 공급가를 책정하고 있다면, 이 가격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최혜 대우 조항 강요했다는 지적으로 배달업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업계 1위, 2위를 다투는 배민과 쿠팡이츠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쿠팡이츠였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24일 자료를 배포해 "무료배달에 따른 고객 부담 배달비를 업주와 소비자에 전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쿠팡이츠는 배민은 무료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을 업주에 전가하고 있지만, 자사는 이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쿠팡이츠는 자사의 방문 포장 수수료·중개수수료를 동결했지만, 배민의 경우 두 수수료 모두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쿠팡이츠 측은 "특정 배달업체만의 문제를 모든 배달업체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되지 않도록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바로 다음날 반박자료를 통해 무료배달 혜택 관련해 자체 배달상품인 배민배달의 경우 경쟁사와 동일하게 소비자 배달팁을 당사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중개 이용료는 9.8%, 업주 부담 배달비는 2천900원(서울 기준)으로 경쟁사와 모두 동일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실 관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데 유감"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 "배민·쿠팡이츠, 문제의 본질 흐려"…실질적 상생 구조 마련 촉구

 

전문가들은 두 업체 간의 갈등이 정작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배달 수수료 부담 가중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서로 교묘한 '말장난'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배민과 쿠팡이츠 양측의 주장 모두에 어폐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먼저 배민이 무료배달 비용을 자영업자에 전가해 이중가격제 문제를 야기했다는 쿠팡이츠의 주장은 자사가 '가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전제가 선행하기에 가능하다고 비판한다.

 

가게 배달은 입점 업주가 자신과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 비율을 자발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는 상황에 따라 배달대행 지역 사업자와 협의해 배달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쿠팡이츠는 가게 배달 시스템을 처음부터 배제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가능한 것"이라면서 "배민은 자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배민 배달(자체 배달)'과 '가게 배달' 두 가지 시스템을 모두 적용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공격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쿠팡이츠는 일반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배달업 생태계를 상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 부담 증가·외식 물가 상승·이중가격제 등의 책임을 배민에게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감과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배달 플랫폼의 다양한 문제를 특정 배달 플랫폼만의 문제로 호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배민 측의 반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배민 측이 배달 수수료를 인상한 바 없다고 주장한 것은 표면적으로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배민은 지속적으로 '가게 배달 죽이기' 전략을 취하고 있어 현장의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배민 배달 서비스로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 배민 배달로 서비스를 변경하게 되면 기존 가게 배달 수수료인 6.8%에서 9.8%로 변경되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배달 수수료 부담이 높아진다"라며 "결국 서비스와 수수료 체계를 복잡하게 구성해 점진적으로 가게 배달을 축소하고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배민이 실제로 쿠팡이츠와 같이 무료배달로 발생하는 배달비 전액을 자사에서 부담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자사가 배민 배달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가게 배달에서도 '동일 금액으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가게 배달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에게 한시적으로 4개월간 건당 2천원을 지원하는 현재의 임시방편을 '배달비 전액을 자사가 부담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폐"라고 강조했다.

 

현재 배민은 '배민클럽'을 내놓으며 가게 배달을 사용하는 자영업자에 한시적으로 배달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배민의 지원이 종료되는 12월 중순 이후에는 배민클럽 유지 여부를 자영업자가 결정해야 한다.    

 

끝으로 그는 "가게 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무료배달 음식점이 4개월 후에 유료 배달로 변경된다면 당연히 주문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배민은 서비스 선택이 자영업자의 몫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높은 가게 배달을 포기하고 배민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배민 배달로 서비스를 변경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배달 플랫폼업계를 주도하는 두 업체가 불필요한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양측이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배달 수수료 증가라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전문가는 "논쟁의 핵심은 '누가 어떻게 이와 같은 구조를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현재 상황을 개선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라며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배달 수수료 부담 증가에 일조한 것 자체는 사실이며, 이 부담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라고 짚었다.

 

그는 외식업 종사 자영업자의 폐업률 증가에 배달 수수료 증가가 일조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그는 "영세 규모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라며 "복합적 요인이 있지만, 배달 수수료 증가가 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이미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양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논쟁을 자제하고 자영업자와 소비자와의 '실질적 상생'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정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을 공격할 자격이 있는지, 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플랫폼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반성해야 한다"면서 "무료 배달 비용이 궁극적으로 자영업자, 결국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 그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사업의 핵심은 플랫폼의 참여자가 떠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비자들은 배달 플랫폼을 통해 더 이상 음식을 주문하지 않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플랫폼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배달 플랫폼이 지속 가능한 사업을 전개하고 싶다면, 참여자가 상생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각성하고, 혁신해야 할 것"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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