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삼부아파트가 조합 설립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난제에 직면, 사업 추진 첫단계부터 삐걱이고 있다. 같은 단지이나 단지내 토지 용도가 상이한 탓에 일부 세대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재건축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측은 여타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일로 치부하며 내년 초 조합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일부 세대 주민들은 추진위와 재건축 방식을 두고 좀 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에 위치한 삼부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조합 설립조차 하지 못하는 등 첫단계부터 삐걱이고 있따. 현재 조합 설립을 위한 조합원 동의율이 기준치(75%)에 육박하고 있으나, 일부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다.
실제로 현재 삼부아파트 단지내에는 일부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조합 설립 추진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자 추진위는 "도와주십시오! 1동 9분만 동의서 제출해 주시면 조합설립 할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어 놓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조합설립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것은 흔한 일이나, 유독 한 동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부아파트의 한 주민은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우리 단지내 토지용도가 두가지로 나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절충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주변 다른 아파트들은 일정대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만 늦춰져 손해를 보는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추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삼부아파트는 총 10개동으로, 이중 1·2·3·5동(4동은 없음)이 포함된 30-3번지 일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반면 나머지 구역인 30-2번지(6·7·8·9·10·11동)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등 같은 단지임에도 토지 용도가 상이하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1970년대 여의도 개발 당시 삼부토건이 공사비 대신 이 땅을 받았는데 당시엔 분양이 다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30-3번지 구역을 먼저 짓고 보존등기를 하면서 필지가 나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후 두 필지가 합쳐지지 못한 채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단지 전체로 보면 상업지역 비율은 17% 수준이며, 30-3번지 내 상업지역 비율은 47~48%가량으로, 30-3번지의 4개 동이 이 지분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소유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30-3번지내 일부 세대 주민들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상업지역의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독립정산제를 주장하고 있다.
독립정산제는 구역별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이를 조율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나의 사업시행구역에 있는 건물들이 각각의 비례율에 따라 개발 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최근 강남 개포동 소재 경남·우성3차·현대1차(경우현) 통합 재건축 사업이 독립정산제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진위는 해당 단지에 독립정산제를 적용할 경우 30-3번지 조합원들이 상업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자리재건축(재건축 이후 기존 개별 단지가 위치했던 자리에 그대로 입주하는 방식)이 수반되어야 양측간 형평성이 갖춰지는 만큼, 한강 조망권과 연계된 재건축 이후의 자산은 크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통합방식의 재건축이 주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것이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30-2번지 위치가 한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추진위 방식에 반대하는 분들이 제자리재건축을 전제로 한 독립정산제를 고수할 경우 미래가치는 큰 차이가 날 것"이라며 "한강변 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한강 조망권 여부에 따라 재건축 후의 자산가치가 크게 차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 10월 초 열린 주민총회에서 추진위의 통합안이 30-3번지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현재도 동의하지 않으신 분들께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의도 삼부와 같이 통합방식 재건축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해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빠른 재건축을 위해서라도 양측의 입장을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감정평가사)는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구조상 이해상충으로 인해 갈등에 그치지 않고 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있는데 현재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신들만의 권리만 주장하다 합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단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사업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감안해 본다면 서로 한발짝씩 양보하는 선에서 기준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