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보단 미래 협력 다진다"…이재용·정의선 '오너 3세' 협업 "광폭행보"

등록 2025.03.04 08:00:06 수정 2025.03.04 08:00:14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재계 1, 2위 다투던 삼성·현대家, 전방위 분야 '동맹' 관계 구축

 

【 청년일보 】 과거 재계 서열 1, 2위를 다투며 오랜 라이벌 관계 구도를 형성해온 삼성가(家)과 현대家가 최근 5G, 배터리 등 산업 전방위 분야에서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시절부터 2세대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에 이르기까지 1위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쳐온 두 기업이 오늘날 공생·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추세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 들어 이종 산업 간 융·복합이 요구되는 만큼, 향후에도 동맹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며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 주목하고 있다.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을 마치고, 관련 기술을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5)에 전시한다.

 

5G 특화망은 특정 기업이 사내 또는 특정 구역 내의 통신을 위해 해당 구역 내에 별도의 기지국(무선통신을 위해 네트워크 단말기를 연결하는 설비)을 설치하고 별도의 통신 주파수 대역을 활용, 외부 인터넷·모바일 사용자와 통신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 전용 통신체계다.

 

외부 간섭이 없는 만큼 통신 단절이나 지연이 거의 없고, 초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다. 또 다량의 산업용 로봇이나 무선장비에 대해 중앙집중적 통제가 가능하다.

 

다만 5G 특화망 운영은 단말 설계의 복잡성,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력, 높은 전력 사용량을 전제로 한다.

 

양사가 함께 실증을 거친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은 기존 5G 대비 ▲단말 구성의 단순화 ▲특화망 장비의 소형화 ▲제조현장 설비와 환경을 고려한 주파수 대역폭 축소 등을 통해 저전력·저사양·저비용으로 기존 공장 내 통신에 이용하던 와이파이를 넘어 5G 수준의 통신속도와 데이터 처리 용량과 안정적인 연결성 및 저지연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양사는 5G뿐만 아니라 배터리 분야 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협력으로 각각 보유한 자원과 전문 기술 역량을 한 곳에 모아 로봇 최적화 배터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서비스 로봇에 탑재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사용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 산업군에서는 전용 배터리의 부재로 전동 공구나 경량 전기 이동수단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로봇의 특성상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인 데다가 규격에 맞춰 작은 셀을 적용하면 출력 용량도 함께 줄어드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 및 성능 고도화를 담당한다. 다년간의 로봇 개발 및 운용 경험으로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배터리 최대 충·방전 성능, 사용 시간 및 보증 수명 평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고용량 소재를 개발하고, 설계 최적화를 통한 배터리 효율 고도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기존 대비 대폭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두 재벌가의 오너 3세대가 오늘날 협력자 관계로 발전하는 배경에 대해 일각에선 글로벌 불확실성 증폭 및 첨단기술 경쟁 심화 등으로 경쟁보단 미래를 내다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간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이라면서 "이젠 국내 기업간 경쟁보단 글로벌 유수 기업과 경쟁을 다퉈야 하는 만큼 양사간 '기술 동맹'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과거 오너가 1~2세대 시절에는 저마다 사업을 달리했던 만큼,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고 협력관계를 맺을 명분이 부족했다"면서 "그러나 오늘날엔 산업 융·복합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젠 국내 기업들간 기술 협력이 필수불가결"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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