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질주', 대기업 '휘청'…'희비' 엇갈린 패션업계

등록 2025.04.21 08:00:05 수정 2025.04.21 08:00:11
권하영 기자 gwon27@youthdaily.co.kr

물가 상승에 소비 위축…전통 패션업계 '경고등'
고가 브랜드 고전…전통 패션 줄줄이 실적 '하락'
소비위축에 ‘가성비’ 이동…"브랜드 충성도 약화"
플랫폼 3사, 가성비·편의성으로 소비자 사로잡아
패션 시장 '양극화' 심화…"새 전략 절실한 시점"

 

【 청년일보 】 고물가와 소비 위축 속에서 국내 패션 시장의 판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지난해 전통 패션 대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하락을 겪은 반면, 가격 경쟁력과 온라인 유통 채널을 앞세운 패션 플랫폼 기업들은 나란히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브랜드'에서 '가성비'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 의류·신발 물가 상승세 지속…소비 심리 위축에 패션 소비 '빨간불'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 및 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114.34로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 2021년 100.56, 2022년 103.71, 2023년 110.66에 이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1~2월에도 115를 넘겼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인플레이션의 변동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 심리는 위축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8일 공개한 '최근 소비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신발 소비지출 지수는 82로, 2019년(기준점 100) 대비 크게 낮아졌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85로 급감한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지출은 다시 꺾이며, 전반적인 패션 소비 위축을 방증하고 있다.


◆ 전통 패션 대기업들, 소비 위축에 실적 '휘청'


소비 위축의 직격탄은 전통 패션 대기업들이 맞았다. 삼성물산, F&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지난해 일제히 매출 및 수익성이 감소했다.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자, 고가 브랜드 중심의 전략이 흔들린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매출 2조42억원, 영업이익 1천700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2.3%, 12.4% 줄었다.


F&F의 지난해 매출도 1조8천960억원, 영업이익 4천507억원, 당기순이익 3천5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2%, 18.3%, 16.2% 감소한 수치다. F&F는 "해외 사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날씨 영향과 경기 침체로 인한 국내 매출 감소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섬의 지난해 매출은 1조4천852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35억원, 433억원으로 36.8%, 46.5% 감소했다. 한섬은 "국내 의류 소비 둔화와 중장기 투자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매출은 1조3천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8억원, 326억원으로 44.9%, 17.6% 감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부진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LF는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1조9천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천261억원으로 119.8%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906억원으로 13.1% 늘었다.


다만, LF의 실적 개선은 패션 사업보다 금융 부문에서의 이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코람코 금융 부문의 실적 증가와 신탁·리츠 매각 이익, 그리고 패션 부문의 손익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 온라인 패션 플랫폼 '트리오', 가성비·편의성으로 나란히 '사상 최대' 매출


반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기업들은 '가성비'와 '편의성'을 앞세워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었다.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읽고, 디지털 유통 전략을 강화한 것이 실적 상승의 기반이 됐다.


무신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카카오스타일 등 국내 대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 3사는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2천427억원, 영업이익 1천28억원, 당기순이익 698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대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5.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과 함께 크게 개선됐다.


무신사의 호실적 배경에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 뷰티·스포츠·홈 카테고리 확장, 오프라인 및 글로벌 시장 개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진출을 본격화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1년 동안 14개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연간 1천2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을 전년 대비 3.3배 이상 끌어올렸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3천3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거래액은 2조5천억원으로, 3년 전(7천억원) 대비 3.6배 증가했다.


에이블리는 뷰티와 푸드, 라이프 등 확장 카테고리의 성과가 돋보였다. 지난해 '에이블리 셀러스'(오픈마켓 형식)가 속한 '서비스 매출'은 1천891억원으로 전년(1천332억원) 대비 42%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에이블리 풀필먼트 솔루션 '에이블리 파트너스'가 포함된 '상품 매출'은 전년(1천263억원) 대비 15%가량 성장한 1천451억원을 기록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도 지난해 연 매출도 창립 이래 처음으로 2천억원을 돌파하고, 5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스타일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개인화 추천과 패션, 뷰티, 라이프 영역에서의 상품 다양화, 고객별 최적화 마케팅 등이 시너지를 내며 방문이 곧 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빠른 배송 서비스 '직진배송' 확장도 1030 여성 고객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속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찾는 '가성비 소비'가 패션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니즈를 읽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업계의 과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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