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상점 거리에 화사한 봄옷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5614160904_aefe81.jpg)
【 청년일보 】 패션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업계마저 실적 부진의 직격탄을 맞으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 양상이 가성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브랜드 중심 전략으로 성장해온 플랫폼 기업들도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소비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신발 소비지출 지수는 82로, 기준점인 2019년(100) 대비 크게 낮아졌다. 2020년 85로 급감했던 이후 반등 흐름을 보였지만, 다시 꺾이며 전반적인 패션소비 위축을 방증했다.
![무신사 기업 로고. [사진=무신사]](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5614158014_1a4420.jpg)
◆ 무신사, 비상경영 체제 돌입…"더 큰 위기 오기 전 경각심 필요"
이 같은 상황은 패션 플랫폼 업계에도 비상등을 켰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15일 박준모 대표 주재로 타운홀미팅을 열고 전사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박 대표는 “대외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무신사 비즈니스의 복잡성도 증가하고 있다”며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경영 기간 동안 무신사는 조직 슬림화를 통한 운영 효율화와 더불어 임원 주말 출근 등 고강도 대응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비상경영의 기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과감한 투자와 계획 실행으로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며 위기 극복 의지를 내비쳤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2천427억원, 영업이익 1천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거래액은 4조5천억원에 달하고, 올해 1분기 거래액 역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내부 목표에는 다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의 비상경영 선언은 조만호 창업자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2021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조 창업자는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해 무신사를 '매출 1조 클럽'에 올려놓는 등 성장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소비 심리 둔화와 투자 심리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무신사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장 일정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명품 패션 플랫폼 '발란', 기업회생 절차 돌입…업계 전반 '흔들'
이러한 가운데, 명품 패션 플랫폼 업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발란은 지난 1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신청했고, 17일 허가를 받았다.
발란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허가는 조기 경영 정상화와 사업 안정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업의 정상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 발란·머스트잇·트렌비 영업손실. [사진=청년일보]](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5614163286_4ebd98.png)
명품 플랫폼은 한때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갔지만, 최근 들어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머스트잇과 트렌비도 각각 79억원, 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젠테'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업계에서는 명품 플랫폼의 위기가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에 기반한 기존 전략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MZ세대의 소비가 '가성비'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브랜드 이미지보다 가격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MZ세대는 브랜드보다는 '가성비'와 '실용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눈에 띄는 로고나 프리미엄 이미지보다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따지는 소비로 바뀌면서, 기존 브랜드 중심 전략만으로는 매출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잇단 법 위반까지…신뢰 위기 겹친 명품 플랫폼
여기에 법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타격을 입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8일,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3개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총 2천800만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발란은 제조자, 제조국, 수입자 등 일부 정보를 누락해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성년자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법정대리인이 계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았다.
머스트잇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동일한 상품에 대해 계속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단 ○일만 진행하는 초특가 타임세일', '세일이 곧 끝나요' 등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트렌비와 머스트잇은 상품 하자나 오배송 등 판매자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청약철회 기간을 부당하게 단축하거나 제한하는 식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패션 플랫폼의 경쟁력이 단순한 브랜드 라인업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소비자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