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발행 두고 주주가치 훼손 논란..."발목 vs 도약" 기로에 선 태광산업

등록 2025.07.29 08:00:04 수정 2025.07.29 08:01:49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사업 구조 재편 시급"…생존 절벽 내몰린 태광산업 "신사업 추진 본격 시동"
신사업 재원 마련 위한 EB발행 두고 트러스톤과 갈등 고조 '법적공방' 제동
법원, 트러스톤 가처분 신청 심문 진행 속 향후 법원 판결에 따라 '희비교차'

 

【 청년일보 】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주력 사업인 섬유·석유화학 부진 장기화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적잖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및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한 생존 절벽에 내몰린 태광산업은 신사업으로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등을 앞세워 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한 교환사채(이하 EB) 발행에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제동,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는 등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좀 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자사주를 담보로 한 EB 발행을 통해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에 트러스톤측의 주주 가치 훼손이라는 반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양측간 법적분쟁이으로 비화된 논란은 최근 법원이 EB 발행 시도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가처분 심문을 진행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결과에 따라 태광산업의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8일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가처분 신청은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이 제기했으며,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EB를 발행하기로 한 결정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지분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약 3천200억원 규모 EB 발행을 의결했다. EB는 자사주를 담보로 투자자에게 일정 기간 내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채권을 뜻한다.

 

태광산업이 EB발행을 추진한 배경은 석유화학·섬유 업황 침체 속에서 사업구조 전환과 신사업 진출을 위한 자금 조달이 목적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3천5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듬해인 2022년 1천45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후 2023년 9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27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생존 위기에 돌파구를 찾아야 했던 태광산업은 경영난 극복을 위한 일환으로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 총 1조5천억원을 투입하겠다는 '투자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 마련을 위한 EB 발행을 둘러싸고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부딪히며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트러스톤 등 일각에서는 자사주가 교환 대상인 EB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급기야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태광산업 이사들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하며 태광산업의 신 사업 추진 전략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논란은 지난 18일 EB 발행에 대한 태광산업 이사회의 결정이 적법했는지를 다투는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진행되면서 본격화됐다. 

 

이날 태광산업 측은 EB 발행이 화학 업황의 부진 속 생존형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이 절실하다며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두고 재계 안팎에선 태광산업이 본업 부진 속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해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광산업의 한 관계자는 "EB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은 물론 고용 안정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굳이 EB를 발행해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러스톤 측은 "1조5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태광산업의)계획은 사전에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태광산업의 EB 발행 추진은 트러스톤의 가처분 신청에 따라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섬유·석유화학 사업의 불황으로 태광산업이 생존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재계 안팎에선 향후 가처분 판결이 관심사"라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이르면 이달말 또는 내달 초에는 나올 듯 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태광사업은 자금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신사업 진출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각 시에는 재원 조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의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 기일을 정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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