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환율 진정됐지만…연평균 1천420원대 '사상 최고' 눈앞

등록 2025.12.28 09:33:35 수정 2025.12.28 09:33:35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당국 개입에 1천480원에서 1천440원으로 떨어져
고환율 장기화 부담 여전…정부 '관리 능력' 시험대

 

【 청년일보 】 연말을 이틀 앞둔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며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연간 평균 환율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종가는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연중 내내 이어진 고환율 흐름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천440.3원으로, 11월 초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주 초 1천480원대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에 근접했지만,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 이후 이틀 만에 30원 넘게 급락했다. 이는 3년 1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외환당국은 지난 24일 장 개시 직후 이례적으로 강경한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놓은 데 이어, 외환 수급 안정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개시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됐고, 환율은 장중 한때 1천420원대까지 밀렸다. 이틀간 고가와 저가의 차이는 55원 이상 벌어졌다.

 

이 같은 급락으로 오는 30일 확정될 연말 환율 종가는 지난해(1천472.5원)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환율이 1천450원 아래에서 제한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상승 관성이 꺾이면서 당국 개입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형성됐다"며 연말 환율을 1천400~1천420원대로 예상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연구원도 "환율 급락 이후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추격 매도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 종가는 1천440원 부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말 환율 종가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외화 부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연말 환율이 높을 경우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이는 내년 투자와 대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말 종가가 하락하더라도 환율 수준 자체는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다. 올해 연말 종가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1천695원)과 지난해(1천472.5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올해는 '고환율의 장기화'가 두드러진 해였다. 지난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올해 평균 환율은 1천421.9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평균(1천394.9원)보다도 높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가 올해 전반적으로 약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더욱 뚜렷했다는 평가다.

 

4분기 평균 환율은 1천452.6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올해 1분기 평균(1천452.9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평균 1천420원대 환율은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고착되면 원화 약세 인식이 확산돼 국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한산한 연말을 지나 새해 들어 외환시장의 방향성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병철 NH농협은행 FX파생사업부 과장은 "이번 환율 하락은 당국의 관리 기조에 따른 기술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며 "수급 불균형 등 중장기 환율 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연말 환율은 안정됐지만, 고환율 구조가 해소됐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의 시선은 새해 들어 정부의 외환시장 관리 능력이 실질적인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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