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 사진에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투협회는 지난 15일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 지원을 위한 사모투자재간접 펀드 출시를 기념해 나재철 회장이 해당 펀드(골든브릿지레인보우 중소성장기업 증권투자신탁)를 직접 가입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나 회장은 이날 오전, 하나금융투자 여의도 본점 객장을 방문해 창구에서 펀드를 직접 가입했다. 금투협회는 나 회장이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해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문제는 금투협회가 보낸 사진에서 나 회장의 투자 관련 개인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창구 직원의 모니터 화면에 나와 있던 나 회장의 정보가 사진에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에는 나 회장의 생년월일을 비롯해 각종 투자 관련 개인정보(투자성향·투자권유 등)가 담겨있었다.
물론, 이러한 정보가 당장 범죄로 이어질 만큼 민감한 내용인 것은 아니다. 다만, 협회장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시킨 금투협회의 허술한 보안 의식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금융권은 이미 지난 2014년에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전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전직 대통령들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증권업계의 경우 이보다 앞선 지난 2011년 5월, 리딩투자증권이 전산 시스템을 해킹당해 고객 개인정보 약 1만 3000건을 유출시킨 바 있다. 또한, 2014년에는 당시 국내 35개 증권사 IT시스템을 위탁관리 중이던 코스콤의 컴퓨터가 해킹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금융투자 업계를 대표한다는 협회가 정작 자신들의 수장인 협회장의 개인정보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과연 소비자들이 금융투자사를 믿고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투협회는 이번 해프닝을 그냥 웃어 넘길 게 아니라, 업계 전반의 보안 의식을 다잡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