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왔던 전국장애인차별연대(이하 전장연)를 상대로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칼을 빼들었다. 약 1년 넘게 총 75차례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면서 열차 운향 지연 등 막대한 손실을 끼쳤고 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금액 기준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열차 정시 운행을 하지 못해 발생한 운임 감소분 등 열차운행불능손실분, 임시열차 운행 비용,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인력 인건비로 산출된 금액이다”고 밝혔다.
이어 “시위로 손실 본 부분은 공공기관으로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공사 직원들의 일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고한 ‘무관용 원칙’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말 국회 예산 심의 후 전장연이 새해부터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하자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에 관한 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간 전장연은 평일 오전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예산 제도 개선, 장애인의 활동 지원 권리 보장과 권리기반 활동지원 제도 정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고의적인 지하철 운행 방해로 대규모의 승객들이 회사에 지각을 하는 경우가 속출했고 불편은 ‘극심점’에 달했다. 또한 전장연 시위 탓에 ‘취업 면접에 못 갔다’, ‘중요한 시험에 지각했다’는 등 생업을 위협받고 있다는 호소도 SNS서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상황을 막고자 지하철 탑승을 저지한 서울교통공사 직원과의 물리적 충돌, 일부 경찰관을 향해 욕설과 폭행을 하기도 했다.
최근 한 경찰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오전 6시에 출근한 뒤 하루 종일 전장연 승차 시위를 제지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십 명이 장애인들에게 물리고, 꼬집히고, 뜯기는 등 갖은 폭행과 욕설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전장연 측이 전동 휠체어를 쇠로 둘러싸는 식으로 개조해 경찰에게 돌진했고 이 과정에서 어떤 경찰관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구급차에 실려갔다”고 언급했다.
자신도 6급 지체장애인이라며 그래서 전장연분들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지만, 휠체어로 사람을 들이받고 보안관 머리채를 잡는 것은 정말 지나친 것 같다는 어느 역장의 목소리도 당초 전장연이 요구했던 시위의 본질적 목적이 퇴색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부족한 예산과 정책에 대한 이의와 불만을 언제든지 제기할 수는 있다. 당초 장애인권리예산으로 올해 예산 대비 1조3천44억원 증액을 요구해왔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권리예산이 106억원(0.8%)에 그쳤기 때문에 이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을 볼모로 삼은 이 같은 ‘민폐 시위’는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의 동정 여론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장애인 단체는 “전장연이 장애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으니 장애계도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지적했다.
출근길 대란에 볼모로 사로잡힌 시민들의 불편 방지와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화와 타협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앞서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에 약 2주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하는 대신 오 시장과의 면담을 제안한 바 있다. 오 시장도 만남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최근 손해배상 소송 제기가 실제 만남 성사 여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자칫 만남이 연기된다면 그 피해는 애꿎은 시민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양측 모두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조속히 만남을 갖고 합의점을 찾길 바란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