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률 사각지대' 배달대행업계…제2의 티메프 사태는 진행 중

등록 2024.09.11 08:00:00 수정 2024.09.11 08:00:08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올해 유통업계에 들려온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단연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다. 

 

구영배 대표의 큐텐그룹 산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인 티메프가 판매자(이하 셀러)와 소비자들에게 판매대금과 환불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기업경영을 해왔다는 게 드러난 사태로,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들이 진작 돌려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티메프 사태 여파는 단순히 티메프와 해당 플랫폼의 셀러, 소비자에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이번 사태로 수많은 결제 대행사(PG사), 여행사 등 다양한 업체가 대규모 피해를 입었고, 이러한 피해는 현재까지도 기약 없는 상태로 고스란히 해당 업체들에 전가되고 있다.  

 

사태가 확산하자 당정은 지난 9일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메프사태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를 열고 일정규모 이상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업자'로 규정하고, 시장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이 불공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사후 추정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처럼 티메프 사태의 여진이 피해자는 물론 산업계, 정부와 국회에도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수습되기도 전에 또 다른 영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바로 이커머스 만큼이나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영역의 최전선에 위치한 배달대행업계다.

 

배달대행업계는 소비자들이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음식 배달중개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하면, 실질적인 '배달'을 수행하는 산업계를 지칭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통한 주문 배달 건수의 90% 이상을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배달 기사(라이더)들이 수행하고 있다. 

 

즉,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 건에 따라 적절한 라이더가 배치돼 배달이 수행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주기적으로 배달대행업체에 일종의 선불금 개념인 '적립금'을 지불해 배달 서비스를 위탁하게 되며, 배달을 수행하는 각 지역의 배달대행 총판사·라이더 역시 자신이 지불받을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적립금 형태로 마찬가지로 위탁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자영업자와 라이더는 자신이 원할 때 해당 적립금을 인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와 같은 시스템을 위해서는 해당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건전한 자본 흐름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배달대행업계를 주도하는 업체는 크게 세 곳으로 로지올(생각대로)·만나코퍼레이션(만나플러스)·바로고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티메프 사태와 유사하게 이러한 적립금을 이해관계자들에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바로 만나코퍼레이션이다.

 

만나코퍼레이션은 과거 사업 초창기에 무리한 현금 출혈 경쟁을 유도해 업계의 빈축을 산 바 있으며, 과도한 사업확장으로 업계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재무 건전성에 늘 의구심을 받아왔다. 

 

결국 만나코퍼레이션은 올해 들어 적립금을 제때 지급하기 못하기 시작했고, 지난 8월까지 적립금 인출 불가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투자를 유치했다고 주장했던 업체인 HG 인베스트먼트는 그 실체가 불분명한 업체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책임 회피를 위한 '제2법인 설립 의혹'은 물론, 현재는 이번 사태에 대한 별도의 추가 공지 없이 본사 사무실마저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배달대행업계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배달대행업계는 소비자와의 밀접한 접근성에 비해 그 시스템과 내막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라면서 "쉽게 말해 누군가 마음을 먹고 이해관계자들의 자금을 횡령한다고 해도 이를 특정해 제지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이미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물론 배달대행업계는 이커머스 만큼 그 산업 규모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만나코퍼레이션의 적립금 지급 불가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총판사·라이더 등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 적립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취약 계층이라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배가한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배달판 티메프 사태가 시작됐으며, 해당 문제가 본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관측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무고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경쟁사들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전가되는 일이 없도록 시급히 '법률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해주길 바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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