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연일 올리고 있다. 두 달 새 20번이나 인상했다.
최근 시장금리는 하락하는데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는데 반해, 예금금리는 시장 흐름대로 낮추면서 금리하락기에도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지면서 은행수익만 불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총 0.33%p(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최대 0.3%p 올리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p, 이달에도 두 차례 최대 0.8%p 올린 데 이어 21일부터 0.05%p 인상한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최대 0.2%p 인상에 이어 오는 22일부터 주담대의 감면 금리를 0.6% 축소 조정한다.
지난 8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주택대출을 억제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1천896조2천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3조8천억원 증가했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 가계 부채'를 뜻한다.
가계대출만 보면 2분기 말 잔액은 1천780조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13조5천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6조원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17.3조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현재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코픽스 금리) 하락세와 정반대 행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6월(3.52%)보다 0.10%포인트(p) 낮은 3.42%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앞서 5월 반년 만에 처음 올랐지만, 6월 반락한 뒤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의 경우다.
금융당국의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는데 반해, 예금금리는 시장 흐름대로 낮추면서 금리하락기에도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지면서 은행 수익만 불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또다시 이자장사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출 장사를 비난했다. 당시 은행권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지만, 집중포화가 지속되자 '상생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원하는 민생금융지원방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취임 후 첫 은행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은행의 사회적 역할 부족을 지적하며, 가계부채와 소상공인 부채, 내부통제에 대한 관리를 당부했다.
올해 연말 시중은행들이 또 다시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한다면, 상생금융 시즌2는 불가피해 보인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