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기업의 창작 활동을 두고 남성과 여성 간 '혐오몰이'까지 치닫는 등 '젠더갈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젠더갈등은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임금 격차, 고용 기회, 가사 노동 분담, 성희롱과 성폭력 등 다양한 사회, 경제, 정치적인 영역에서 성별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 기업, 사회 단체 등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과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평등한 권리와 기회 확대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젠더갈등에 대한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은 여성들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젠더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여전히 더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일례로, 얼마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내 게임사 넥슨이 배급하는 '메이플스토리M'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의 한 장면을 보고 '남성혐오'를 의미하는 손 모양이 드러났다며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메세지를 넣었다는 일부 이용자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영상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에 외주를 통해 만든 것인데, 누리꾼들은 "스튜디오 뿌리에 속한 애니메이터가 페미니즘에 경도된 게시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지속해서 올렸다"면서 "회사 간의 계약으로 이뤄진 작업물에 개인의 혐오 및 반사회적 사상을 숨겨 넣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게임의 배급사인 넥슨은 자정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같은 제작사에 외주를 맡긴 영상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했으며, 입장문을 올리는 등 홍역을 앓아야 했다.
논란의 영상을 만든 제작사도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26일 스튜디오 뿌리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믿고 일을 맡겨주신 업체들,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분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이 일로 상처받으셨을 모든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에 게임사가 굴복했다며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28일 넥슨 본사 앞에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게임사가 굴복했다"며 "게임 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극단주의 '남초' 커뮤니티가 제기하고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동조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반페미니즘의 공모가 끊임없이 반복됐다고도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부 남성들의 억지 주장으로 여성과 페미니스트가 부당한 공격을 당하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위협당하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이 이러한 사태를 방조하고 문제 해결에 책임 있게 나서지 않음으로써, 또다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피력했다.
남성과 여성, 서로 간의 이해는 분명 어렵다. 또, 앞으로 풀어가야할 숙제일 것이다.
다만, 이처럼 특정 사안을 두고 확대, 재해석하고 계속해서 서로를 좀먹기만 한다면 '젠더갈등'은 결국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적 존재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
본질이 호도된 투쟁 양상의 논란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갈등의 양산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불신의 확산으로 사회를 파훼할 뿐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걷잡을 수 없어질 정도로 확산돼 사회적으로 퍼져 있는 편견, 차별, 불평등 등을 야기하는 '사회적 불치병'이 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해 더욱 성숙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