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상은 넓고 보험은 많다

등록 2019.11.11 09:02:21 수정 2020.01.09 16:58:36
길나영 기자 gil93@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태아보험을 시작으로 치매보험, 암보험, 종신보험 그리고 펫보험까지. 세상은 넓고 보험은 많다.
 

이처럼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험사' 외 각양각색으로 존재한다. 1990년대까지는 보험시장의 판매채널은 전속설계사가 유일했지만, 현재 시장에는 비대면 채널 확대를 포함한 독립법인대리점(GA), 방카슈랑스, 온라인채널 등 다양한 판매채널이 생겨났다.

 

이 가운데 보험 판매채널인 독립법인 보험대리점(GA)들이 무서운 속도로 보험업계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GA는 특정 보험사 상품만 다루는 게 아니라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손해·생명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보험 백화점'이라 불리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GA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비교한 뒤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설계사 입장에서도 여러 보험 상품을 폭 넓게 취급할 수 있다.

1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생보사 21곳 소속 전속설계사(교차설계사 포함)는 9만3775명으로 1년 새 약 1만명(8.9%) 감소했다. 지난해 6월 10만2938명이던 생보사 소속 전속설계사는 지난 2018년 8월 10만명 미만으로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GA의 높은 판매수수료로 인한 이탈이 늘고 있어 현재 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판매에서 GA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험사보다 많은 높은 수당을 지급하고 다양한 상품을판매할수 있어 전속설계사들이 대거 GA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몸집 불린 GA가 낮은 시책을 이유로 해당 회사의 상품을 팔아주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인 셈"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GA에게 높은 수당을 지급해서라도 상품 판매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GA가 보험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전국 4495개 GA 소속 설계사는 지난해 22만5238명으로 전년 대비 7500여명 증가했다.
 

이처럼 GA 영향력은 막강해졌으나 영업건전성 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중·대형 GA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19%로 전년도(0.20%)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보험사의 불완전판매비율 (0.13%)보다 0.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법규 위반을 반복하는 GA의 징계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제재 방안을 협의했다. 또 지난 6일 GA가 계약자 명의로 가상계좌에 보험금을 납입하는 형태의 부당 모집행위를 적발하고, 보험·은행업계와 관련 행위를 막는 전산시스템 공동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이 같은 방침은 수수료지급 금지부터 불법 TM영업 등의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행태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GA를 통한 불완전판매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종신보험을 연금인 줄 알고 가입한 사례가 여전히 판을 치고있어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은 아닌지 소비자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GA 회사별로 다른 수수료율을 이용해 설계사는 소득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회사의 상품을 집중해서 권유하고 판매한다면 보험사의 보험을 비교 선택해 구매하는 소비자의 권리는 제한받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소비자는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대리점 등록 여부를 확인하거나 가입하고자 하는 상품과 관련해 최소 3개 이상의 동종·유사상품에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또 보험상품의 핵심내용을 담고 있는 상품설명서 표지에 저축성·보장성 보험 여부 확인이 필수다. 

이 밖에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생손보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e-클린보험서비스'를 활용해 설계사 제재이력, 평균불완전판매율, 보험계약유지율, 평균보험계약유지율 등을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절차를 거쳤다면 보험 가입시 '부주의'를 최소화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의 몫이라면, 말은 달라지겠다.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고 있는 보험은 많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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