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근 자신들의 검사권을 과도하게 남용, 불공정한 업무 행태로 기업을 옥죄다가 되레 망신살을 당했다.
1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흥국화재에 대해 ‘공시 의무 위반(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규정 위반행위)’ 등 공정거래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대해 과태료 35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이 결정된 후 1년여 만에 공정위는 스스로 결과를 없던 일로 처리했다. 흥국화재측이 공정위의 법적용에 문제를 삼으며 '제재가 부당하다'고 적극 대응하면서 결국 법리 논쟁에서 밀린 공정위가 한발 물러난 것이다.
공정위는 상장 기업인 흥국화재가 지난 2017년 12월 말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퇴직연금 계약 체결 등 내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공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의 경우 거래금액이 50억원을 넘는 ‘대규모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1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흥국화재가 이 같은 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제재 조치는 법 해석상의 난맥상을 야기했다. 흥국화재는 공정위 행정 규칙상 특례(약관에 의한 금융거래행위에 대한 특례)를 적용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관에 의한 금융거래행위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분기별로 당해 분기 종료 후 익월 10일까지 거래대상을 비롯해 거래상대방, 거래금액, 거래조건 등을 공시하면 된다.
실제로 흥국화재가 과거 공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2015년 12월 30일 공시한 내용에도 흥국생명과의 퇴직연금 내부거래(거래금액 55억원)는 해당 규정의 특례를 적용 받아 이사회의 의결을 생략하고 이듬해인 2016년 1월 8일 공시했다.
이후 2017년 12월 29일 공시에도 흥국생명과의 퇴직연금 내부거래(거래금액 53억원)도 동일한 절차로 2018년 1월 10일에 공시했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를 돌연 ‘공시의무 위반’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공정위의 지적에 흥국화재는 2018년 12월 이뤄진 흥국생명과의 퇴직연금 내부거래(거래금액 75억 5500만원)에 대해서는 20일 이사회 의결을 거친 후 다음날인 21일 공시했다.
더 의아한 점은 비슷한 시기 흥국화재와 마찬가지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해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가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그리고 한화생명과 한화손보, DB손해보험과 DB생명 등 여타 보험사들은 '약관에 의한 금융거래행위에 대한 특례'를 별다른 문제없이 적용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타 보험사들과 동일한 조건임에도 굳이 흥국화재와 흥국생명간 거래에 있어 공정위가 문제를 삼고 나선데 대해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의 계열사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등 불충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의 모그룹인 태광그룹은 ‘일감 몰아주기’로 물의를 빚고 있다. 현재 공정위가 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상태로, 흥국화재의 무리한 제재는 태광그룹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일환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더구나 최근 모 매체에서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모 실무 국장에게 “과징금이 왜 이렇게 적냐”면서 호통을 쳤다고 보고, 공정위가 그야말로 '공정'하게 업무를 추진하는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과징금을 일종의 실적처럼 취급한 것이라는 점에서 흥국화재와 같은 억울한 사례가 더 있을 수 있고, 앞으로 더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는 그 명칭에 맞도록 공정하게 법 집행을 함에 있어 오역하고, 일방적이고, 무리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더 나아가 최근 일련의 사안들에 비춰볼때 '불공정하지 않다'라는 말만 들어도 최소한의 불신은 피할 듯 싶지 않을까 한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