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 활성화에도 '그림의 떡'

등록 2019.11.26 09:29:00 수정 2020.01.09 16:57:53
길나영 기자 gil93@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림의 떡'

금융감독원이 금리인하요구권의 신청·약정 절차 전면 비대면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에 금융소비자는 오늘부터 금리인하요구권의 신청부터 약정까지 은행별 모바일·인터넷뱅킹 또는 콜센터 등 각 은행별로 제공하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금리인하 신청부터 최종 약정 단계까지 가능하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연소득 증가 등으로 인해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경우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소비자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금리인하를 신청할 수 있는 '비대면 금리인하 신청서비스'를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 신청 이후 약정을 위해서는 여전히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는 불편이 제기됐다.
 

이어 지난 6월부터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적효력을 갖게 되면서 신청 건수가 급증했지만, 정작 금융권의 수용률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을 받았다. 당시, 금융사 수용기준도 제각각인데다 상품도 한정됐다. 특히 제2금융권의 수용률은 고작 5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불편을 반영이라도 한 듯 당국이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를 앞세워 보완한 이번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화'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기대가 높다.

 

26일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비대면화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은 처리가 신속해져 빠른 약정을 통해 이자비용을 아끼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소비자는 앞으로 금리 인하 약정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하던 불편이 해소될 전망인 반면, 이용 대상자는 개인 대출중 금리인하 요구가 가능한 대출자로 규정되어 있어 금리인하요구권이 필요한 저신용자·소득층 대상으로는 그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시 말해 직장 변동, 소득 변경, 신용등급 상승, 자산 증가, 부채 감소 등의 신용 상태가 개선 시 신청 가능하지만, 금리인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신청할 수 없는 셈이다.

요건을 살펴보면, 가계대출 중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인데 이는
상품별 금리를 쓰게 돼 있어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기에 금리인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상품으로 분리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이 적용될 수 있는 상품은 개인 소득이나 신용등급에 따라 세부금리가 결정되는 '신용대출'에 한정되는데 그렇다고 신용대출의 경우, 무조건 금리인하요구권이 행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금리인하요구를 신청하면 새롭게 신용평가에 들어가 소득이 증가했거나 승진했다고 해도 다른 신용평가항목에 부정적인 사항이 생겼다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신용등급 평가 해당항목에 대한 변화는 내부에서 정해둔 등급이 변경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회사에 따라 승진에 따른 연봉 변화폭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승진했다고 금리가 인하되는 구조가 아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출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 이후 이자 경감 등 실질적인 큰 혜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금융당국이 제도 활성화에 앞서 보다 많은 채무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요건을 확대하고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까지 안심시킬 대책 마련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아무리 보기 좋은 금융 정책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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