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소재로한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말은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기간으로 스토브를 둘러싸고 팬들이 평판을 한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스포츠 현장은 아니지만, 한진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그리고 그 가족들과 KCGI, 반도건설 등 굵직한 기업들이 겨울철 재계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이들은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월드컵 예선전도 아니지만 이들은 경영권 방어와 공격 측면에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 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안타까운 점은 한진칼의 직원들과 일반 소액 주주들은 소외된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경영자들 사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 뒤에는 반드시 후유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한진칼의 사내이사는 조원태 회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한진칼을 둘러싼 지배구조 환경을 살펴보면 다양한 예측 불허의 변수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근 주주구성을 보면,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그리고 특수관계인이 4.16%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은 모두 28.9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델타항공 지분 10%도 우호지분으로 분류되어 조원태 회장측은 38.95%의 비교적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남매와 이명희 고문의 경우 상속으로 인해 지난 한해동안 지분가치가 크게 뛰었다.
2018년말 기준 한진칼 보통주의 시가총액은 1조7633억원으로 조원태 회장 413억, 조현아 전 부사장 407억, 조현민 전무 405억원의 지분가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고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상속을 받게 되었으며,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할때(한진칼 42,650원) 조원태 회장이 1,645억, 조현아 전 부사장 1,637억, 조현민 전무가 1,633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세명은 불과 1년사이에 각각 1200억의 재산이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은 부가 증가했음에도 현재 전쟁중인 상황으로 알려져있다.
첫 포격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며 조원태 회장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때는 전국민들은 조원태 회장이 어머니의 집에서 벌인 믿기 어려운 폭력적인 행동을 접했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그 후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지만 이는 임시로 잠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고문,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복잡한 내분의양상으로 흘러가는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외부에서는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오던 반도건설 계열이 최근 한진칼 지분을 8.28%로 늘렸고, 경영참여라는 목적을 공개적으로 밝히다 보니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변수가 KCGI, 반도건설, 국민연금까지 복잡하게 늘어난 상황이다.
이제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서로 이합집산을 통해 경영권의 공격과 방어를 위한 수싸움에 들어갈 전망이다.
우선 조 전 부사장 측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측과 반도건설 측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족간의 피할 수 없는 대결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럼 여기서 몇가지 경우의 수를 살펴보기로 하자.
▲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회장이 현 상태로 힘을 합치는 경우
고 조양호 회장의 유지에 따라 가족간 화합경영을 한다면,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28.95%와 델타항공의 10%를 합하면 38.95%가 된다. KCGI와 반도건설이 연합한다고 해도 이들의 지분은 25.57%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4.11%지만 KCGI측과 반도건설 측의 손을 들어줄 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조원태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만족할 만한 당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가족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회장 등 가족과 결별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만 이탈할지, 이명희 고문, 조현민 전무와 연대할 지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우선,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단독으로 움직여봐야 영향력이 없다. 결국 이명희 고문, 조현민 전무, KCGI, 반도건설과의 연대를 통해 세를 확보해야 한다.
(1) 조현아 + 이명희 고문 연대
지난해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두 모녀가 법원에 수시로 출두하면서 가능성이 자주 제기되는 경우의 수이다.
이 경우 조원태 회장 측(조현민, 한진가, 델타항공 포함)이 27.15%이고, 조현아 부사장(이명희 고문 포함) 측은 11.80%에 불과하다.
(2) 조현아 + 이명희 고문 + 조현민 전무 연대
이 경우 조원태 회장은 가족이 모두 곁을 떠나게 되는 매우 외로운 형국이 될 것이다. 조 회장은 (한진가, 델타항공 포함)이 20.68%이고, 조현아 부사장(이명희 고문, 조현민 전무 포함) 측은 18.27%로 조 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
이때는 누구든 17.29%를 들고 있는 KCGI를 잡으면 게임은 끝나게 된다.
조 회장이 KCGI와 손잡으면 37.97%가 되므로 조 전 부사장이 반도건설을 잡더라도 26.55% 밖에 안되기에 공격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반대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의 지원하에 KCGI를 잡으면, 쿠데타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35,56%가 되고, 조 회장은 반도건설을 잡더라도 28.9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각각의 경우의 수는 물론 소액주주들의 향방까지 고려한다면, 두달동안 물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3월이 오면 금수저인 그들만의 패륜적인 지분 경쟁이 정부와 국민들과 직원, 주주 등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다가올지는 궁금하다.
【 청년일보=정준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