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과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내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그간 애착을 보여온 호텔·레저 사업은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7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진칼은 이날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대표이사가 맡도록 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진그룹 측은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회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통과될 경우 조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직은 유지하되 이사회 의장은 다른 사외이사에게 넘기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한진칼은 앞서 작년 11월 이사회에서 회사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주주권익 보호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데 이어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매각하기로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지속적으로 개발·육성할지 혹은 구조 조정할지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며 사실상 그룹 내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결국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맡아 왔던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이들 사업이 '만년 적자'임을 강조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책임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한진그룹은 그룹 내 저수익 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비핵심·저수익 사업도 과감하게 정리하고 핵심 역량인 수송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항공운송 사업은 신형기를 도입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타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 확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 국내외 사업파트와 협력의 폭도 넓혀갈 예정이다.
물류사업의 경우 선택과 집중에 주력해 ㈜한진의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은 집중 육성하며, 육상운송·포워딩·해운·유류판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밖에도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의 전문 사업 영역은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항공 IT 부문과 함께 한진정보통신, 토파스여행정보 등 그룹사의 ICT 사업은 효율성과 시너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가 기업 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됨에 따라 ESG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개선 노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ESG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다만 KCGI가 요구한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 등은 이번 이사회에서 검토되지 않았다.
한진칼 측은 추후 별도 이사회를 열어 주총 안건과 날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청년일보=정준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