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당신의 커피 여행은 이곳에서 시작된다(Your Coffee Journey Starts Here)"
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나와 큰 길을 따라가다가 작은 샛길로 빠지면, 시끄러운 소리가 사라지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길이 나온다. 5분쯤 걸었을까, 곧 왼쪽에 차분하고 심플한 느낌의 대저택 하나가 반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단로에 위치한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을 찾았다. 지난달 12일 오픈한 장충라운지R점은 스타벅스 리저브의 국내 도입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10번째 스페셜 스토어로 리저브 전용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충라운지R점을 지나치는 고객들은 때때로 여기가 스타벅스냐고 놀라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익숙한 스타벅스 매장 느낌 대신 도심 속 한국식 대저택 느낌이 물씬 났기 때문이다.
입구는 밝은 갈색의 우드톤으로 구성돼 있었고 입구 옆 작은 나무 현판에 적힌 스타벅스라는 영문자가 여기가 스타벅스 매장임을 알렸다.
장충라운지R점은 지하 1층 및 지상 1, 2층과 테라스 등 전체 좌석 수 180석 규모로 1960년대 건축물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스타벅스만의 헤리티지 요소들을 음료, 인테리어, 아트웍 등 매장 전반에 반영했다.
스타벅스는 장충라운지R점을 방문한 고객에게 1960-8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매장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위해 1960년대 지어진 저택을 그대로 활용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은 대구에 위치한 100년 고택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 경동시장 내 폐극장(경동극장)을 재활용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처럼 일반 고객들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형태와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건축물을 찾아 스타벅스만의 재해석이 더해진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콘셉트 매장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안으로 들어서서 내부로 입장하자 차가운 그레이톤으로 구성된 작은 전시관 같은 공간을 마주했다.
여기는 과거에 차고로 사용했던 곳으로 김민경, 장진화 작가의 일러스트레이터그룹 오르빗 스튜디오(Orbit Studio)의 증강현실(AR) 작품 '한 잔의 오디세이(A Cup of Odyssey)'를 구현했다.
커피 원두의 재배부터 수확, 로스팅을 거쳐 한 잔의 커피가 고객에게 제공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이후 1층으로 올라가면 국내 매장에 처음으로 도입된 해외 매장 전용 '믹솔로지 바'를 볼 수 있다.
믹솔로지는 'Mix(섞다)'와 'Technology(기술)'가 더해진 말로, 주류에 다른 음료나 과일, 아이스크림 등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맛으로 즐기는 것을 뜻하며, 스타벅스 로스터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믹솔로지 바 뒤쪽 벽면에는 위스키, 와인, 보드카 등 칵테일 음료에 들어가는 주류들이 보였다. 이미 고객을 위한 칵테일 제품들을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스타벅스의 대표 커피 메뉴인 에스프레소, 라떼, 콜드브루를 칵테일 음료로 개발한 '에스프레소 마티니', '라떼 위스키 마티니', '시트러스 콜드브루 마티니', '버번위스키 크림 콜드브루' 등 4종을 포함해 총 11종의 칵테일 음료를 만날 수 있다.
믹솔로지 음료를 알코올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화이트 모스카토 상그리아', '딸기 레몬 보드카 블렌디드'의 경우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믹솔로지 음료는 한국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콘셉트로 스타벅스의 리저브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구상해 도입했다"며 "믹솔로지 음료 중에서는 칵테일 바의 샘플러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커피 마티니 플라이트'가 가장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바로 옆은 에스프레소 바였다. 다른 스타벅스 매장과 달리 고객이 파트너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보고 추천을 받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울러 기자의 눈을 잡은 것은 '스타벅스 오비소' 에스프레소 머신이었다. 이 머신은 국내에 7개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데, 에스프레소가 아래에서부터 추출돼 샷을 채우는 '보텀 필' 추출방식을 적용했다. 에스프레소 추출 이후 저절로 세척도 되는 모습도 보였다.
오비소는 이탈리아어로 '마주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보텀 필 추출방식은 에스프레소 풍미를 극대화시킨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장충라운지R점에서만 판매하는 리저브 에스프레소 샷에 초콜릿 파우더와 프렌치 바닐라 크림, 제주팔삭 셔벗을 곁들인 음료 3종을 한데 모은 '에스프레소 플라이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전체 특화 음료 중 리저브 커피 경험은 물론 다양한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플라이트'가 가장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자도 에스프레소 플라이트를 시켜서 먹어봤다. 카페인에 약한 기자는 평소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주로 먹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는 익숙하지 않았다.
실제로 종이컵보다 훨씬 작은 컵에 담긴 진한 에스프레소를 보니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다.
리저브 에스프레소 샷에 초콜릿 파우더를 넣은 음료는 이미 진한 향기와 색감을 띄고 있었다. 한입 먹어보니 '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초콜릿 향으로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프렌치 바닐라 크림의 경우 우유 거품에 바닐라 향이 인상적이었다. 앞서 에스프레소 샷에 초콜릿 파우더를 넣은 음료를 마셨다 보니 그보다는 옅은 느낌이었지만 마지막에는 달큰한 바닐라 향이 올라왔다. 농도 깊고 응축된 바닐라 라떼를 마시는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제주팔삭 셔벗의 경우 외관을 봤을때는 아이스크림 셔벗 같은 디저트 느낌도 났다. 새콤한 레몬과 에스프레소가 잘 어울리는 독특한 조합이었다.
아울러 장충라운지R점에서만 판매 중인 피낭시에도 먹어봤다. ▲클래식 ▲피스타치오 ▲라즈베리 ▲레몬 등 총 4가지의 맛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근무하는 파트너에 따르면 클래식과 피스타치오가 가장 잘 나간다고 한다.
기자는 피스타치오를 먹어봤는데, 피낭시에 자체가 촉촉하고 적당히 달았다. 부드러운 맛과 함께 피스타치오의 식감도 매력적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역시 방문객들이 많았는데, 나이대가 다양했다. 노년층부터 젊은층까지 각자 좋아하는 위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장충라운지R점은 건축가의 방, 뮤직룸, 거실 등 각 방마다의 콘셉트를 다르게 구성해 여러 번 방문해도 공간마다 각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실제로 매장은 각 부분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1~2층의 창가와 가까운 곳은 밝고 따뜻한 느낌이었고, 또 어떤 곳은 어두운 조명 속 포인트 조명으로 차분하지만 고즈넉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가 스타벅스 매장이 아닌 일반 개인 카페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별화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타벅스는 외부 조경 공간 '시크릿 가든'을 지중해풍의 분수와 아름다운 식재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외부는 시크릿 가든이란 이름에 걸맞게 대저택의 정원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가을 바람과 따뜻한 햇빛으로 이미 많은 고객들이 외부에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은 이제 오픈 한달을 넘어 섰는데, 한달간 고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예쁘고 이색적인 매장 디자인과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특화 음료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