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 전시장에 마련된 포스코퓨처엠 전시부스를 방문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가운데)이 리튬과 니켈 등 광물 소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년일보]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311/art_17415658365409_a4be98.gif)
【 청년일보 】 롯데그룹 화학사업 부문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한데다 유동성 어려움까지 가중되면서 재무건전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그룹 화학계열 3사(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실적 회복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아직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5~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인터배터리 2025’를 찾았던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롯데 화학군 부스 외에도 동종업계 부스를 방문해 제품 설명을 들었다.
스페셜티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시급한 롯데로서는 신 부사장의 행보가 롯데 화학군의 투자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석유화학 시황 악화, 스프레드 약세”…롯데정밀화학 ‘흑자’, 롯데케미칼·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적자’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4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 20조4천303억원, 영업손실 8천9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4%(4천839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7.1%(5천463억원) 감소했다.
사측은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인한 판매와 스프레드 약세로 손익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소재산업 생태계 변화 등에 면밀하게 대응해 기존 범용 석유화학산업의 비중을 축소하고 투자사업의 경쟁 입지 강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수요회복이 지연되는 등 석유화학 사업 전반의 다운사이클의 깊이와 회복 시점의 불확실성이 지속 중”이라며 “올해는 원료가와 운반비 부담 감소와 환율 영향, 경기부양 정책 등 글로벌 수요 확대 요인의 영향으로 점진적인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사측의 기대와 달리 올해 석유화학 업황이 개선될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석유화학산업은 전 세계적인 경제 동향과 제품 수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분야다. 이 산업의 핵심 물질 중 하나인 에틸렌은 다양한 화학 제품의 생산에 필수적인 중간재로 사용되며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전 세계 에틸렌 생산량은 2억2천586만톤에 이르며 ▲중국(5천184만톤, 23%) ▲미국(4천582만톤, 21.2%) ▲사우디(1천775만톤, 7.9%) ▲한국(1천280만톤, 5.7%) 순이다.
롯데케미칼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에틸렌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였던 중국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에틸렌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중국은 내부 수요를 자체 생산량으로 채우고 남은 물량을 저가에 외국으로 수출함으로써 롯데케미칼로서는 에틸렌 판매가 급감하게 됐다.
또한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석유화학 제품은 유가와 경기 시황에 따른 변동성을 가져 중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열세를 보이는 형국이다.
![롯데정밀화학 염소계열 공장. [사진=롯데정밀화학]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311/art_17417607993852_3b5b26.jpg)
일각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 계열사로 편입한 화학군 회사들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각각 44.06%와 53.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2016년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3년에 각각 롯데케미칼에 편입됐다.
롯데정밀화학은 2024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 1조6천705억원, 영업이익 5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5%(980억원), 67.5%(1천44억원) 감소했다. 제품과 상품 판가가 하락한 것이 요인으로 꼽혔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4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 9천22억원, 영업손실 644억원을 나타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5%(932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사측은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정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과정에서 고가에 인수했기 때문에, 업황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이 발생했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2015년 롯데케미칼이 삼성그룹의 화학 관련 계열사인 삼성SDI 화학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인수한 기업으로, 당시 롯데케미칼이 지불한 금액은 약 3조원에 이른다.
롯데정밀화학의 주가는 지난 2021년 10월 1일 주당 10만1천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2년 10월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유로 주당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롯데그룹 편입 완료일인 2023년 3월 14일 종가는 6만2천100원을 기록했으며,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지난달 7일에는 주당 2만250원으로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반면, 사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원유 등 재료 공급 비용이 상승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사측은 에틸렌을 비롯한 기초화학소재의 업황 부진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대외변수가 주가에도 반영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기업의 인수합병도 먼 미래를 보고 실행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을 놓고 보면 수익성 면에서 이익이 크다며 롯데정밀화학의 경우 인수합병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정도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311/art_17417447113196_33aaab.jpg)
◆ “포트폴리오 전환과 현금흐름 개선 집중”…롯데 화학군, 비핵심 자산 경량화 ‘속도’
롯데그룹 화학계열 3사는 경영위기와 실적부진 탈피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현금흐름 개선에 집중하면서 비핵심 자산을 경량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9월 기준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75.4%, 유동비율은 110.6%, 순차입금은 7조2천766억원이다.
부채비율은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적으로 200% 미만이면 양호하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면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2년 2조875억원 ▲2023년 5조7천894억원 ▲2024년 9월 7조2천766억원 등으로 최근 3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업황 등의 이유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주력 분야인 에틸렌과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에 따른 이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해 10월 미국 내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인 LCLA 지분 40%를 활용해 6천600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왑(PRS)을 체결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을 활용해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고 추가 자금으로 6천500억원을 조달해 총 1조3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회사 LUSR 청산을 결정했으며 올해 2월에는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LCPL을 매각하는 등 자산 경량화 전략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실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진행하고 신규 투자는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재무건전성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롯데그룹의 화학 3사는 지난 5~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자사 제품을 공개하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지난 6일에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이 해당 전시장을 찾아 VIP 투어를 하는 등 업계 최신 동향과 주요 기술 트렌드 및 이슈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사장은 2023년부터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과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미래성장실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최근 롯데가 리튬이온 이차전지 핵심 소재와 스페셜티 기술력을 기반으로 배터리용 고기능성 소재사업을 확대하며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경영진을 대동한 이번 신 부사장의 방문은 롯데 화학그룹군의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장에서 석유화학사업의 동향과 트렌드 등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부스를 직접 방문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선호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