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침해 vs 악습 청산 기회"…배달플랫폼 규제 특별법 제정 두고 '의견분분'

등록 2025.11.19 08:00:03 수정 2025.11.19 08:00:17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공정위, 배민·쿠팡이츠 본격 제재 착수…자사우대·최혜대우 요구 '정조준'
'지지부진 사회적 대화'에…민주당 을지로위, 수수료 상한 '특별법' 승부수
대선 당시 李대통령 공약 사항…"법적 사각지대 해소·상생 위한 대화 필요

 

【 청년일보 】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고질적인 구습(舊習)에 칼을 빼들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제재 강화 움직임과 정부의 '배달 중개 수수료 상한제' 등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 반면 반면 입점업체들은 정부의 방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7일 배달 플랫폼업계 1위사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최근 배민의 '자사우대' 논란 사건 조사를 마무리 짓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우아한형제들에 통보했다.

 

'자사우대'는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 중 하나로, 배달 플랫폼 업체가 입점업체들에게 자사에 대한 '최고 대우'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배민은 입점업체가 자체 기사나 다른 업체 배달 라이더를 이용해 음식을 배달하는 '가게 배달'을 이용하고 싶어도, 배민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배민 배달'을 유도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한, 공정위는 배민이 과거 울트라콜(정액제) 폐지 등을 통해 업체가 배민 배달을 선택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민이 가게 배달보다 배민 배달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변경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우아한형제들의 의견을 받은 뒤 심의를 거쳐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 제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공정위는 배민뿐만 아니라, 업계 2위인 쿠팡이츠에 대한 조사 및 제재에도 착수했다. 공정위는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각종 혜택을 경쟁 배달앱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도록 '최혜대우'를 강요한 혐의로 배민과 쿠팡이츠에 지난달 13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을 운영하면서 별개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며 이른바 '끼워팔기'를 한 혐의로도 심사보고서가 위원회에 상정됐다.

 

쿠팡이츠는 또한 할인 행사 수수료를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약관을 뒀다가 공정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상태다.

 

공정위가 이처럼 배달 플랫폼 업계 1, 2위 업체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한 배경으로는 '사회적 대화'의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이 꼽힌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이하 을지로위)는 배민, 쿠팡이츠, 입점업체 단체, 라이더 노조 등이 참여한 배달앱 사회적 대화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는 다양한 상생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배민과 쿠팡이츠의 상호 간 '책임 전가'로 대화에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배민은 올해 6월부터 1만원 이하 주문에 대한 배달 중개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 시작했고, 쿠팡이츠는 포장 주문에 대한 중개 수수료 면제 방안을 1년 연장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을지로위는 '배달플랫폼 규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배달앱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와 결제수수료, 광고비 등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고, 배달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배달비의 최저·최고 기준을 정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약관을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명문화될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업체가 지금과 같이 소극적 자세로 대화에 임한다면 법안 제정이 불가피하다"며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한 자율적 상생한 도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최근 생산적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업계는 을지로위의 특별법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실제 법안이 추진될 경우 '일사천리'로 입안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배달 플랫폼 업계를 겨냥한 규제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대선이 진행 중이던 올해 6월 페이스북에 "플랫폼 중개 수수료율 차별을 금지하고,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배달 플랫폼 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와 여당의 압박이 점증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에 부정적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산업의 경우 업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핵심 이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자율적 대화를 통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 하다"며 "규제를 통한 문제 해결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별법 도입이 기업의 자율적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배달 중개 수수료 상한제 등이 실제로 도입될 경우 배민·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업체 간 현재의 각기 다른 상품, 서비스의 유의미한 차이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배달 플랫폼 업계는 새로운 산업 형태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예고된 특별법은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권은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여타 플랫폼 산업 외에 왜 유독 '배달 플랫폼'만 특별법의 제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입점업체 단체는 여당의 특별법 입법 예고와 공정위의 적극적인 제재 행보에 긍정적 의견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는 "작년 진행된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차등 수수료안'이 합의되고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진한 게 현실"이라며 "정권이 바뀌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위 '자율적인 사회적 대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 업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기회가 부여됐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면, 법률로서 다양한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게 가장 합리적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는 한편, 배달 플랫폼 업계의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법률 입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기업 구조 전문가는 "배달 플랫폼 산업이 발전하며 소비자에게 가져다준 편익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업체들은 법적 사각지대에서 최혜대우 요구 등 편법을 통해 이익을 취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법적 테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안을 지속 도출하려는 노력도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법률로서 배달 플랫폼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라고 짚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생의 의미를 담은 선언적 법 조항을 내포한 법적 테두리를 마련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살펴봐야겠지만, 특별법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해 배달 플랫폼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장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데 상한 수수료를 고정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법안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플랫폼과 입점업체, 라이더, 소비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신고된 사건들을 절차에 따라 조사 및 상정하고, 위법성이 있으면 조치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의 논의는 상생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공정위의 업무와는 별건"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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