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올 한 해 재계는 미국발(發) 관세 정책, 고환율, 내수부진 등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였다.
재계 일각에선 AI 리더십 확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2026년 병오년에도 AI 중심의 신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은 올해 복합적 리스크에도 AI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행보와 동맹 강화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같은 AI 거물들과 협력 확대 등을 논의하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픈AI의 700조원 규모 글로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를 확정지었고 엔비디아와는 'AI 팩토리'를 구축했다.
지난달에는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AI 기반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한 2018년부터 운영 중인 'SSAFY(삼성청년SW·AI아카데미)'를 올해부터 AI 커리큘럼 중심의 'SSAFY 2.0'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국가 차원의 AI 인재 육성에 기여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AI를 앞세워 사업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앞서 지난 6월 AI 데이터센터(AI DC)를 통해 4차 퀀텀 점프를 본격화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1953년 섬유 산업을 모태로 출발한 SK그룹은 1980년 석유화학, 1994년 이동통신, 2012년 반도체까지 3차례의 퀀텀 점프를 해온 데 이어 이번에 AI를 앞세워 네 번째 도약에 나선다.
향후 AI DC를 포함해 ▲AI 에이전트 ▲로보틱스 ▲제조 AI ▲에너지 ▲AI 기반 바이오 등 계열사들의 모든 경영활동과 일상에 AI를 접목해 '제 4의 퀀텀 점프'를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AI를 통한 혁신과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올해 8월 '이천포럼 2025'에서 "이제는 AI/DT 기술을 속도감 있게 내재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면서 "구성원 개개인이 AI를 친숙하게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혁신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현재 우리가 하는 업무의 대부분이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것"이라면서 "사람은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재계는 정기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의 경우 급속히 재편되는 AI 생태계에 발맞춰 단행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AI·로봇·반도체 등 미래 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대거 승진시켜 '기술 중심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으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선 갤럭시AI를 적용한 세계 최초 AI폰 등을 기획해 스마트폰 제품 경쟁력을 높인 MX사업부 스마트폰PP팀장 강민석(49) 부사장이 승진했다.
SK그룹은 AI 사업 추진 가속화를 위해 각 사마다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역별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시행했다. 안현 개발총괄(CDO)이 센터를 이끌 예정이며 컴퓨팅 아키텍처 연구와 글로벌 빅테크 협력을 강화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리더십을 이어나가기 위한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SK하이닉스는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하고, 커스텀 HBM 대응을 위한 패키징 수율·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 구축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CEO 직속으로 AX단을 신설하며, SK에코플랜트는 설루션 사업(건축)과 에너지 사업(AI 데이터센터 등)을 통합한 AI 솔루션 사업 조직을 출범시킨다.
이밖에 LG그룹은 지난달 27일 계열사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AI 인재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올해 최연소로 승진한 상무, 전무, 부사장 모두 AI 전문가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태훈(50) LG CNS AI클라우드사업부장은 1975년생, 전무로 승진한 임우형(47)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1978년생, 상무로 승진한 조헌혁(39) LG CNS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담당은 1986년생이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들어 AI 기술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에도 AI가 핵심 경영 키워드로 떠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