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전환 전략, 이른바 ‘AX(AI Transformation)’를 핵심 경영 과제로 앞세우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디지털화(DX)를 넘어, AI를 비즈니스 전반에 내재화하는 전략이 금융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금융권의 디지털 전략은 모바일 채널 고도화나 업무 자동화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고객 맞춤형 서비스 ▲수익 모델 발굴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지주들은 AX를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 의사결정의 정교함과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의 신년사에서는 AI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선제적 대응’이 공통된 화두로 등장했다.
KB금융은 AI를 “금융시장의 판을 바꿀 거대한 파도”로 표현하며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강조했다. 신한금융 역시 AI를 “단순한 효율 혁신이 아닌 생존 과제”로 규정하며 AX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AI 시장의 기회를 선점하고 그룹 차원의 AX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말부터 AX를 중심에 둔 조직 개편을 잇따라 단행했다. KB금융은 기존 전략 조직과 AI·디지털전환(DT) 조직을 통합해 ‘미래전략부문’을 신설했다.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디지털·AI 혁신을 하나의 축에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기존 ‘디지털’ 중심 조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AX와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지주에 ‘그룹 AX·디지털부문’을, 신한은행에는 ‘AX혁신그룹’을 각각 신설했다. 두 조직을 통해 실질적인 AX·DX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도 디지털전략그룹의 명칭을 ‘AX혁신그룹’으로 변경하고 AI 기반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I 관련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를 높이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하나금융은 ‘신사업/미래가치부문’을 신설해 AI 등 기술 혁신을 소비자 보호와 ESG 경영과 연계한다. 하나은행 역시 디지털혁신그룹을 ‘AI디지털혁신그룹’으로 재편하고, 그룹 내 금융AI부와 데이터전략부를 통합해 ‘AI데이터전략부’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AI 역량 결집에 나섰다. ‘AI데이터부문’을 신설해 AI 전략, 데이터 분석, RPA 조직을 통합하고, 산하에 AX전략부·데이터사업부·데이터솔루션부를 배치했다. 해당 부문은 농협은행의 AI 대전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AX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인사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AI 조직을 총괄하는 임원 상당수는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채워졌다.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을 병행하며 ‘전문성 중심’ 인사 기조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에서는 파격 승진 사례도 나왔다. 그룹 AX·디지털부문과 AX혁신그룹을 총괄하는 최혁재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은행 디지털 이노베이션그룹장(상무)에 선임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은행 부행장 겸 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디지털 전략과 사업 전반에서 쌓은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은 외부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이다. AI그룹장인 옥일진 부사장은 글로벌 컨설팅사 출신으로, 금융 전략과 디지털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AX 전략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영입된 최용민 AI전략센터장 역시 자산운용사에서 장기간 IT·AI 업무를 담당한 외부 인사다.
하나은행의 AI디지털혁신그룹은 데이터 전략 전문가로 평가받는 엄태성 상무가 맡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디지털 분야 경험이 풍부한 김주식 부행장을 AI데이터부문장으로 선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AI는 부서 단위 실험이 아닌 그룹 생존 전략의 핵심”이라며 “AX를 얼마나 빠르고 깊이 있게 실행하느냐가 향후 금융지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AX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며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체계까지 AI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