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암보험 가입자에 대한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둘러싸고 삼성생명과 암보험 가입자들이 주축이 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간 수개월간의 갈등 양상이 지속되며 좀 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간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좀 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에 새로 임명된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과거 논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신임 김 처장은 지난해 자신의 논문에 암보험약관상 ‘암의 직접치료를 목적으로’라는 문구의 해석을 보험가입자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같은 김 처장의 주장은 삼성생명이 보암모의 입원비 지급 요구에 대해 “약관상 ‘암의 직접치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된 것이어서 향후 암보험 가입자들의 입원비 지급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임명된 김은경 신임 처장은 지난해 6월 한국기업법학회에 <암보험약관상 ‘암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또는 ‘암의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의미에 관한 소고>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초록에서 김 처장은 “‘암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또는 ‘암의 직접치료를 목적으로’에서 ‘직접’이라는 단어가 치료를 지시하는 것인지 또는 목적을 지시하는 것인지에 따라 암보험약관에 포함된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문제는 직접이라는 의미를 정하는 세부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보험자가 사업자의 입장에서 자의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소비자가 가진 암보험 가입에 대한 기대에 현격히 반하는 보험금지급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 보험약관상 ‘암의 치료’에 대해서는 “암이라는 질병을 치료한다는 취지의 것이지 암을 치료하는 것에 특정한 방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치료의 목적이 암을 치료하는 것에 있는 경우라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임상적으로 허용된 모든 방법과 내용이 인정되는 것"이라며 "심지어 치료에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도 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김 처장이 암보험 가입자들에 대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즉 현재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둘러싼 보암모와 삼성생명의 상반된 주장에서 보암모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은 암보험 가입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보험약관상 ‘암의 직접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입원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보암모 회원들은 강력 반발, 서울 서초동 소재 삼성생명 본사 2층을 점검하고 수개월째 시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처장의 판단대로라면, 향후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이 보암모 측의 주장대로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으로서의 첫 수행 과제 역시 ‘보암모 사태 해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단행한 금감원의 조직개편을 통해 역대급 ‘슈퍼 금소처’가 탄생해 금융권이 초긴장 상태"라며 "특히 새로 금소처장에 임명된 김은경 교수는 평소 소비자 친화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어 소비자 중심의 감독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업계의 경우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보암모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현재 보암모 회원들은 암환자들이 청구한 보험금 전액 지급에 지연 및 가산 이자를 지급하는 한편 보암모를 상대로 한 민형사상의 고소를 취하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보암모 한 관계자는 "우리는 보험가입 당시 증권 약관에 해당하는 조건에 맞춰 입원한 것을 청구했는데, 내부규정과 금융당국의 기각 건, 장기입원 건이라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서 "보험료는 자동이체해서 매월 꼬박꼬박 챙기고, 아파서 청구한 보험금은 이렇듯 힘든 싸움을 해가면서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많은 타협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해왔다"면서 "무조건 다 내놓으라는 식의 일방적 강요에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중순 서울 서초 본사 2층 고객프라자를 보암모 회원들이 무단 점거 하자, 폐쇄조치하는 한편 퇴거 요청을 한 상태지만 일부 회원들은 현재까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