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청년일보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함께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창업과 미래를 향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꿈이 미래가 되는 젊은이들의 삶의 궤적을 하나씩 모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열정의 산실에서 전하는 연극 이야기...공연예술창작소 호밀 민광숙 대표
② "콘텐츠에 정답은 없다"…프로젝트오지 이연지·오미나 대표 "열정 로테이션"
③ "온고지신, 정성이 담긴 빛의 세계"...이진영 피움 대표의 전통공예 이야기
【 청년일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 전체적인 활력이 떨어져 가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침범한 바이러스로 우리는 낯선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2013년 서울특별시 청년기본 조례를 토대로 청년허브가 문을 열었다. 이후 조성된 서울 혁신파크는 젊은이들의 꿈이 현실화 되는 둥지 역할을 해왔다. 서울 은평구에 소재한 서울 혁신파크는 미래를 꿈꾸며 멈추지 않는 청춘들의 꿈의 집합소다. 청년청에 입주한 공연예술창작소 호밀이 대표적이다.
◆꿈을 향한 디딤돌...열정의 산실
호밀을 운영하는 민광숙 대표는 대학 1학년 시절 동아리에서 우연히 연기를 접했다.
민 대표는 "원래 내향적이었던 성격이 연기를 접하면서 달라졌죠. 저에게는 하나의 전환점과 같아요"라며 연극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에게 있어 청년청은 또 다른 삶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민광숙 대표는 “요즘 뜨고 있는 공유 오피스에도 없는 게 있어요”라며 청년청에 대해 설명했다.
호밀이 입주해 있는 청년청 내에는 연습실이 있다. 연습실은 무대에 오르는 순간 또 다른 삶에 몰입하게 되는 연극 배우들에게 치열한 열정을 샘솟게 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다른 건물에 입주하는 것보다 연세와 관리비 부담이 적어요. 필요한 시설이 있다거나 개선점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피드백도 빨랐구요”라고 말했다. 경영, 운영과 관련 청년청 공간 운영의 장점은 민 대표에게 연극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전하고 있었다.
◆완전한 몰입의 순간...연극을 통한 소통
민 대표는 연극만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드라마와 영화에는 씬 구별이 있어요. 하지만 연극에는 그런게 없죠. NG도 없어요. 공연시간 동안 온전하게 배역에 몰입하게 되요"라고 말했다.
NG없는 한 편의 서사시. 무대에 오르는 순간은 민 대표가 그의 삶과 또 다른 삶을 기술한 서사시의 첫 장을 열며 완전한 몰입을 통해 관객에게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소통의 시간일 것이다.
민 대표는 연극의 성공에 인간관계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출진이 의도하는 것과 배우가 전달하게 되는 것이 있어요. 둘이 불일치하게 되면 관객이 내용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죠”라고 말했다.
연출진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휘자랑은 조금 달라요. 연습과정과 공연에서 각 배우들이 개인기를 발휘할 수 있거든요"라며 연극만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독백콘서트의 탄생...끊임없는 도전과 성취의 시간
하나의 연극공연이 끝나고 나면 공백기가 발생한다. 민 대표는 이 공백기도 적극 활용했다. 기존의 연극과는 달리 한 명의 배우가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독백콘서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독백콘서트는 하나의 책을 선정해서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대상은 주로 초·중·고등학생들이다.
민 대표는 “관객들이 주로 학생들이라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위주로 공연 소재를 고민해요. 배우진이 일종의 인생의 멘토가 되는거죠. 전달하는 방식도 친근한 동네 형, 누나 같은 컨셉이에요”라고 전했다.
새로운 연극인 독백콘서트를 만들어낸 민 대표답게 최근에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얼핏 생각했을 때 공통점이 없을 듯한 연극과 랩이 만났다.
민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랩도 일종의 독백이니까 연극의 독백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랩과 독백콘서트를 접목한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랩이 나오자 어린 관객들의 흥이 올랐고 민 대표에게도 좋은 기억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민 대표는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백콘서트를 공연하다 보니 관객인 학생들 각자의 특징들도 보인다고 귀띔했다.
민 대표는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해맑아요.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은 조금 더 진지하게 연극을 바라봐 주죠. 그리고 여학생들이 많이들 보러와요”라고 설명했다.
또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우 진지하게 공연을 관람한다고 한다. 이미 장래의 진로를 설정했기 때문일까. 때로는 비평도 나와 연극을 통한 소통의 시간으로 간직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꿈을 현실화 하는 직업...창조의 에너지, 긍정의 메시지
이렇게 독백콘서트로 여러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민 대표지만 난관도 있었다.
민 대표는 “동료들을 설득하는 데에만 1년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독백콘서트에 대한 기본적인 틀만 떠올랐거든요. 구체적인 구조를 만들려면 동료들에게 기본틀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었었죠"라고 소회했다.
돌이켜봐도 힘든 시간이었으나 고비를 이겨낸 민 대표는 결국 창조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민 대표에게도 고민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대면 방식이었던 연극업계에서도 비대면 방식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한다.
민 대표는 "기존의 연극은 대면 방식 위주기 때문에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에 대한 접목이 새로운 과제죠.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연극은 꿈을 추구하는 직업으로 사회에 알려져 있다. 연극 배우 출신으로 스타가 된 이들도 오랜 무명생활을 말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따랐음을 강조하곤 한다. 물질적인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먼 길을 오랫동안 걷게 된다.
민 대표는 연극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나 흔들리고 있는 이들에게 "일단 계속 부딪혀보라"고 말했다.
또 민 대표는 "연극이 커리어를 정하는데 하나의 기반이 될 수도 있어요.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나오고 있어요. 세상이 다양한 만큼 생각들도 다양하니 너무 부담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조언했다.
민 대표는 연극의 매력에 대해서 "무대 위에 올라가서 조명을 받는 순간 느끼는 고유의 감정이 있어요. 한마디로 설명이 안되는 에너지에요"라고 말했다.
여러 추가 질문을 했으나 민 대표가 말한 '무대 에너지'의 실체는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아마도 무대에 직접 올라가 봐야 느낄수 있을 듯 하다.
민 대표는 연극공연에 대해 제기되는 코로나19 감염 불안감에 대해서는 "(연극업계에서) 최선의 수준으로 방역에 임하고 있어요. 연극관람 자체를 위험하다고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세상을 향한 소통의 메시지를 전하는 연극을 통해 삶을 개척해나가는 민광숙 대표와의 대화는 연극 한편을 관람한 느낌을 주었다. 그가 전하는 한 마디의 말 속에는 무대에 올라 배역에 몰입하는 배우의 열정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