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청년일보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함께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창업과 미래를 향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꿈이 미래가 되는 젊은이들의 삶의 궤적을 하나씩 모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⑮ "예술활동 참여를 통한 정신건강 관리"...안티카가 말하는 모두의 자유
⑯ "연극에 담는 선각의 시선"...스페이스 몽키의 "새로운 시도와 반향"
⑰ '몽환적 가상현실에 담는 차이와 다양성'...우박 스튜디오의 포부
【 청년일보 】큰 물방울을 가지고 높이 발달하는 적란운에서 우박은 잘 생성된다. 일반적으로 상층과 하층의 기온차가 많이 나는 봄과 가을에 많이 발생 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박' 스튜디오를 접하기 전까지 우박의 의미는 기자에게 그랬다.
이번에 기자가 만난 단체는 우박이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무슨 역할을 하는 단체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박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영상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라는 점을 알게됐다.
우박이라는 이름으로 스튜디오의 이름을 정한 이유에 대해 묻자 우현주, 박지윤 대표는 "어떤 주제로 어떤 영상을 제작하는지 가늠이 안 되게 하고 싶었다"며 "성별, 캐릭터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수많은 대안 중 우박을 선택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우박은 우현주 대표의 성과 박지윤 대표의 성을 결합시킨 것이다. 단순한 성의 결합이나 우박 스튜디오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우박이 잘 발생하는 봄과 가을 상층과 하층의 기온차와 같이 동일한 현상에서도 다양성과 차이에 주목하는 그들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시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이런 영상 만드려면 어느 학과 가야 하나요?"
우박은 모로르 프로젝트를 통해 AR을 제작하고 있다. AR은 현실 세계에서 기본적인 정보에 추가적인 정보만 가상세계에서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평범했던 A4 용지에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는 것과 다양한 동작을 취하면서 현실 세계에 스며드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는 관련 어플의 작동이 요구된다. 기자가 체험해보니 상호작용 이전의 현실세계와 이후의 가상세계 중 어느 쪽이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이는 체험자들에게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게 된다.
우현주, 박지윤 대표도 "첫 영상물 전시를 경복궁 역 근처에서 열었는데, 근처를 지나가시던 나이드신 분이 관람을 마치신 후 이런 영상을 제작하려면 어느 학과에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 AR 모로르 프로젝트 관련 동영상. [동영상=우박 제공]
◆ IN THE CITY...라바콘의 자아 찾기
우박은 이 밖에도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VR인 IN THE CITY에는 도심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바콘을 의인화해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우현주, 박지윤 대표는 "라바콘은 현대 대량 생산의 상징이며 인간에 의해 수동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이다"며 "도시를 걸어 다니다가 본래의 목적과 달리 풀밭에 서 있고 비받이로도 사용되고 쓰레기통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게 됐다"고 영상 제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360도 회전 의자에 앉고 전용 기기를 착용해야 IN THE CITY라는 VR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시청자의 사방에서 나타난다. 시청 도중에 의자를 돌리다 보니 바로 코앞에 영상이 스쳐가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동작이 단일화되어가는 사회에 대한 경고"
'감각의 부재에 대한 감각의 부재'에서는 동작이 단일화되어가는 사회에 대한 우려감을 표출했다. 최근 우리사회는 스마트폰의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이용자들의 동작이 점점 단순화되고 있다.
우현주, 박지윤 대표는 "전화를 거는 행위를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전화번호부를 넘기는 것과 다이얼을 돌리는 행위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폰이 발명된 후에는 전화를 거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획일화됐다는 것이 우현주, 박지윤 대표의 설명이다. 화면 속에서 전화기 버튼을 터치한 후 번호를 누르거나 전화번호부에서 찾아 통화를 거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행위기 때문이다.
우현주, 박지윤 대표는 "아무도 핸드폰 터치가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의문을 품지 않고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현실에 대해 경고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AR, VR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필수적이다. 상호작용 이후에 나타나는 양상은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현주, 박지윤 대표는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먼저 사회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고 원리에 대해 탐구하거나 타인들의 인식을 청취한다"며 "관련 자료를 연구 및 공부하면서 이치를 깨달은 후 이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접근했냐를 참조한 후 대안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아직도 AR과 VR을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