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청년일보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함께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창업과 미래를 향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꿈이 미래가 되는 젊은이들의 삶의 궤적을 하나씩 모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⑥ "소수 회원들에게 더 많은 변화를"...황상욱 anatomy&traing 대표의 트레이닝 철학
⑦ "조금 더 복원력 있는 사회를 위해"...구형승 trash, human 대표의 정크아트
⑧ "배리어프리가 보편화된 세상을 꿈꾼다" 이유정 SOPLE 대표의 이야기
【 청년일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우리의 일상이 위협받으면서 많은 불편들이 고착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는 어느새 우리의 생활 필수품이 됐고, 익숙하지 않은 업무공간인 자택에 익숙해져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이 없는 자유로운 일상과 이동마저 때론 작은 소망이 되기도 한다.
다만 우리에게 낯설고 불편으로 여겨지는 일상들이 이전부터 편하지 않은 생활을 해왔던 이들에게는 더 큰 불편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보행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도 적지 않은 고초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단도 그렇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 1000 ㎡ 미만인 시설만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번화가나 시중에서 장애인이 진입 가능한 경사로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필수적인 이동편의성을 보장하는 정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필수적인 정보들을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은 다양한 신체적 약점을 지닌 장애인들에게는 사실상 정보 진입 장벽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비장애인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다.
청년청 이번 이야기에서는 장애 당사자로 정보 진입 장벽 개선을 통한 장애인 권익 향상에 힘쓰고 있는 SOPLE 이유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장애 당사자 입장 반영"...SOPLE 창립의 계기
이유정 대표가 이끌고 있는 SOPLE은 장애청년과 비장애청년들이 합심해 장애인 대상 정보 전달 컨텐츠를 제작하는 단체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장애 인식 개선에 힘써오면서 장애인 교육 활용 컨텐츠들에 당사자 입장을 반영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장애인 교육컨텐츠들이 비장애인들이 제작한 영상밖에 없었던 탓이다. 비장애인들은 휠체어 등의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보조기구를 사용해볼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어 교육 효과도 감소한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장애가 무엇인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콘텐츠가 주류를 이뤘다고 한다. 이런 경우 장애인들이 영상을 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는 요원해진다. 이에 이 대표는 장애 당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기로 마음먹게 됐다.
이 대표는 "친구들과 같이 장애 인식 개선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것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휠체어 지원 제도와 정부 지원 제도들이 복잡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 더 쉽고 접근성이 좋은 컨텐츠로 제작해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표는 장애인 정보 전달 컨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화, 자막을 활용해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 대표가 영상 제작에서 수화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인 언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으로 수화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지니게 됐다.
다만 법 제정 후 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사람들의 인지가 부족한 단계라고 한다. 이에 영상 제작 전과 제작 후 수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SOPLE이 도맡고 있다.
이 대표는 “반복적으로 (수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피로감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 대중 교통 정보 전달 편이성 개선 시급...장애인 정보 포탈 구축 계획
대중교통 관련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저상버스도 예약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나 아직 이용법 숙지가 미흡하다”라고 말했다.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어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해당 정보를 널리 알려서 장애인들이 이동할 때 직면할 수 있는 불편함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지하철, 택시, ktx, 비행기에도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증대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구축되어 있으나 관련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각 이동 수단의 이용방법을 알아내려면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검색어를 개별적으로 입력해야 한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손쉬운 검색이나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첩첩산중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지하철은 역마다 구조가 상이해 장애인들이 출구를 찾는 앱을 별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이 대표는 "차라리 국가에서 나서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포탈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심정"이라면서도 "국가에서 포털 사이트 구축에 나설 경우 공공정보만 기재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보다 더 편리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공공정보와 민간 정보가 조화된 포탈을 구축하는 것을 장기적 계획으로 삼고 있다.
◆ 정책적 지원 부족..."장애인 권익 향상, 배려 아닌 기본적 권리"
최근에 SOPLE과 같은 업체들이 많아지는 것은 이 대표에게 위안거리다. 소수보다는 다수가 나서서 장애인 정보 전달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더 많이 이뤄지면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배려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기본적 권리라는 점을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OPLE의 기반은 배리어 프리다.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으로 1974년 국제연합장애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관한 보고서가 시초다.
건축업계부터 적용되던 배리어 프리는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건축할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으로 구체화되어 세계 각국에 확산됐다. 이후 자격시험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법률적 장벽을 포함해 장애인, 노인에 대해 사회가 가지는 편견까지 허물자는 의미로 재생산돼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970년대, 1990년대부터 배리어 프리 개념이 공론화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건축 분야에서는 BF(barrier free)인증이 도입되어 동대문 DDP 등의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으나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걸음마 단계에 그친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