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청년일보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함께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창업과 미래를 향한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꿈이 미래가 되는 젊은이들의 삶의 궤적을 하나씩 모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⑦ "조금 더 복원력 있는 사회를 위해"...구형승 trash, human 대표의 정크아트
⑧ "배리어프리가 보편화된 세상을 꿈꾼다" 이유정 SOPLE 대표의 이야기
⑨ "법조계, 성폭력 피해자에 더 세심한 배려해야"...사회혁신단체 쉐도우 핀즈
【 청년일보 】 사법시험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로스쿨이 차지했다. 법조계 입문을 위해 쏟아야 하는 분투(奮鬪)의 가치는 여전하다.
기약없는 장기간의 공부가 정상적인 몸 상태와 정신상태를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사실상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합격에 대한 기약이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다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다.
이런 높은 진입장벽을 거친 이들이 이룬 법조계를 대상으로, 사회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더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며, 조직 내 양성평등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청에서 이를 위해 분투하는 셰도우 핀즈의 이야기를 들었다.
◆ 성범죄 재판 방청·피해자 간접 지원...강간죄 개정 공동 캠페인 전개
"지난 미투의 날들 이후 몇 년간 한국 사회는 역동적으로 시대 변화에 응답하는 제도적 변화를 겪어왔으나 법은 (발전의) 속도가 느리다”
사법시스템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남성 중심의 법체계와 법관들의 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셰도우 핀즈의 전언이다.
셰도우 핀즈는 2018년 2월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약 9개월 동안 북클럽 스터디를 하면서 647페이지에 가량의 법여성학 관련 여성 단체 발간자료와 논문, 미국 판례 평석, 미국 판례, 단행본, 한국 판결문을 읽었다고 한다. 이 스터디를 통해 법조계 전반에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점을 체감하게 됐다.
셰도우 핀즈는 “성범죄 피해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의 사법적 권리를 회복시키는 일”이라며 “질문에 대답하는 수동적인 자리에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증언과 선택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배려받고, 성범죄 피해를 법적으로 응당 인정받아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 ”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셰도우 핀즈는 성범죄 재판 방청에 참석하거나 피해자를 간접 지원하고 강간죄 개정 공동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 보수적 대명사 법조계도 여풍 '솔솔'..."점진적 수준 그쳐"
보수적인 집단의 대명사인 법조계에서도 최근 변화는 이뤄지고 있으나, 그 정도가 점진적에 그친다는 게 셰도우 핀즈의 입장이다.
셰도우 핀즈는 “판사들은 정치인들만큼이나 언론의 반응 및 사회 평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인”이라며 “재판 방청을 가보면 기자와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방청인원 자체에 압박감을 느끼고 말조심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라고 전했다.
판사들이 주목도가 낮은 재판에서 신중하지 않은 언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성 변호사회가 성명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으며, 여성 법조인들이 지원을 해주기도 하는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셰도우 핀즈는 덧붙였다.
셰도우 핀즈는 여성 유리천장도 더 개선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성검사의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검찰 조직 내에서의 양성평등은 실현단계다. 다만 기존의 남성중심의 조직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2018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성희롱성범죄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여성 검사의 82.3%는 '조직문화가 성평등하지 않다'고 답변했으며 85%는 업무평정, 업무배치와 부서배치에서 불리하다고 답변했다.
또한 지난 2월 18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여성 변호사 9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 발표한 '2020년 여성 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3.0%가 남성 변호사와 비교할 때 취업에 불리하다고 답변했다.
사유로는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가 46.3%를 차지했고, 고용주의 선입견이 37.1%를 기록했으며 영업능력의 차이도 8.3%나 됐다.
셰도우 핀즈는 "(고위직에 오른) 여성의 이름앞에 1호가 붙고 있다, 그만큼 법조계 내 양성평등 진척 속도가 느리다는 방증"이라며 "법조계에서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강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