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현대重 KDDX 갈등 재점화…"명예훼손" vs "안타까운 도덕 관념"

등록 2024.05.07 21:43:42 수정 2024.05.07 22:12:43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HD현대重 직원들, 지난 3일 국수본에 고소장 제출

 

【 청년일보 】 HD현대중공업 측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과 관련, 경쟁사인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의도적으로 편집된 수사 기록을 언론에 공개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자사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HD현대중공업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도 반박 입장문을 내며 KDDX 개념설계와 같은 군사기밀 유출 행위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이번에 고소장을 제출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월 한화오션의 기자설명회에서 공개된 수사 기록에서 언급된 당사자들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 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한화오션은 3월 5∼6일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는 기자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의 증거라며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임원 개입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제출한 고소장에서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공개한 수사 기록은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입수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일부만 의도적으로 발췌·편집한 것이라며 실제 진술 내용과 취지에 명백하게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중 문답 형태의 수사 기록을 예로 들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 기록에서 수사관은 HD현대중공업 직원에게 "피의자를 포함한 5명 직원이 불법으로 촬영·탐지·수집한 군사비밀을 열람했다는 사실을 출장 복명서를 통해 위에 보고했고, 이를 피의자와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다. 맞느냐"라고 묻고, 이 직원은 "예"라고 답한다.

 

하지만 실제 문서에는 수사관이 "당시 문서 결재자들이 어떻게 되느냐"라고 질문하고, 이 직원은 "과장인 저와 부서장인 부장, 중역인 수석부장이 결재했다"라고 답변한 내용이 담겼다.

 

결국 '악의적 짜깁기'라는 것이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이다.

 

또한 사건 당시인 2014년 HD현대중공업에는 임원이 아닌 최상위 직원 직급으로 '수석부장'이 존재했지만, 한화오션은 이 직급을 임원으로 둔갑시켜 방위사업청의 입찰 참가 제한 대상처럼 호도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이 자사 임직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한화오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일은 HD현대중공업과 범죄를 수행한 임직원들의 안타까운 도덕관념을 보여준다"면서 "국가 해상 안보를 책임지는 업계에서 더욱 명명백백한 처벌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회사는 군사기밀 유출에 개입한 것이 수석부장인데도 한화오션이 임원인 것처럼 호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화오션은 해당 직원뿐만 아니라 공개된 증거목록에서 나타난 군사기밀 보관용 서버 설치·운용 등을 종합해 임원 개입 정황이 있다고 다양하게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또 회사 중역뿐만 아니라 그 윗선에 대해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해 고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 측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방위사업의 공정성을 해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고발했다"면서 "HD현대중공업과 범죄행위를 수행한 고소인들과 유사한 사건에 대해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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