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 맞았는데"…K-반도체, 인력난에 해외유출 '끌탕'

등록 2024.05.11 08:00:00 수정 2024.05.11 08:00:14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반도체산업협회, 2031년 韓 반도체 부족 인력규모 5만4천명
"핵심기술 유출 우려도 커져, 국내 인재 보호방안 마련해야"

 

【 청년일보 】 최근 생성형 AI 붐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정작 만성적 인력난에 시름하고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역시 이같은 문제에 직면하며 국내 인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경쟁사에서 국내 인력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빈번할 경우 국내 기업의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물론, 국가의 경제 안보 및 산업 경쟁력에도 적잖은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11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반도체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관련 전문인력의 신규 수요는 지난 2021년 17만7천명에서 2031년 30만4천명으로 향후 10년간 12만7천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에서 연간 배출되는 반도체산업 인력은 ▲직업계고 1천300명 ▲전문학사 1천400명 ▲학사 1천900명 ▲석박사 430명 등 5천여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준이 지속될 경우, 협회는 5만4천명 가량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챗GPT'의 등장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인력 수급 난항으로 한국의 '반도체 강국' 위상이 자칫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투 톱' 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HBM 기술력 향상 및 생산능력을 대폭 키운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우수 인재 확보를 꼽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주요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등록을 포기하는 수험생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계약학과'란 대학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를 전공으로 개설한 학과를 뜻하며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대입 정시에서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연세대·고려대 첨단분야 계약학과 미등록률이 전년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정시 최초합격자 중 미등록 비율은 92.0%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70.0%) 22.0%포인트 늘었다. 올해 모집정원은 25명인데, 정시 최초 합격자 중 23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또한 SK하이닉스 연계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10명 중 5명(50.0%)이 등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등록 포기 비율(18.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아울러 첨단산업 분야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날로 첨예한 가운데, '인력 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점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기업이 노골적으로 국내 반도체 인재를 빼가려는 시도가 빈번했다. 최근에는 미국도 '반도체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재 유출이라는 '겹악재'가 발생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로부터 27조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은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부활에 대한 의지를 태우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내 반도체 인재들에게 막대한 연봉 등을 내세워 일자리를 제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날로 첨예해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각국 간 우수 인재 수혈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만일 국내 인력을 보호하지 못하면 자칫 핵심기술도 유출될 우려도 커지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국내 고급 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의 경우 이직이 늘 잦았다"면서 "기술 노하우 유출을 우려해 전직 금지 약정, 비밀유지 서약 등을 하고 있지만, 이직여부를 일일이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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