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례 보단 실속"...유통업계, 가성비 선물세트 인기에 '표정관리'

등록 2024.09.20 08:00:00 수정 2024.09.20 09:24:56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고물가로 수년 간 명절 가성비 선물세트 인기…올해 추석도 여전히 판매 호조
전문가 "매출확대 기여, 영업이익 증대 의문"…유통업계 "소비자 만족 최우선"

 

【 청년일보 】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가성비 추석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성비 선물세트의 판매 호조세가 실질적 이익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자 명절 가성비 추석 선물세트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대·내외적 환경과 맞물려 먹거리 물가 상승이 지속되자 명절 선물을 위한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라면서 "상품 구색은 물론 가격대별 물량 역시 이러한 소비패턴에 지속적으로 맞춰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추석 역시 주요 유통업체에서는 가격대가 다소 낮은 선물세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

 

먼저 이마트에서는 5만원 미만의 실속 과일 선물세트 판매가 전년 추석 대비 27.5% 늘었다. 특히 3만원대 과일 선물세트는 65.2% 급증했다. 특히 올해 평균 가격이 10% 저렴해진 사과 선물세트의 판매가 37.8% 신장했다. 

 

실용 선물세트로는 일반 정육세트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양념 가공육의 판매가 145.5% 폭증했다. 이 외에 조미김의 판매가 17.7% 신장했고, 전년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한 굴비, 갈치 등 일반선어 선물세트 판매도 35% 늘었다. 

 

핸드캐리 인기 상품인 주류 선물세트가 6.2% 신장한 가운데, 1만원대 '극 가성비' 상품이 19.9%, 3만원대 상품 판매가 30.7% 늘었다. 작년 주춤했던 와인 선물세트는 올해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며 전체적으로 8.5% 판매가 신장했다.

 

또한, 가성비와 함께 '저탄소 인증', '무농약', '친환경'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이마트의 '자연주의' 선물세트 매출도 11% 상승했다. 특히, 자연주의 선물세트 중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4만원대 선물이 275% 급증했다. 

 

롯데마트 역시 추석 기간 가성비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먼저 수산 분야에서 '비비고 토종김 5호', '동원 양반 들기름김세트' 등이 판매량 1, 2위를 차지했다. 

 

과일의 경우 3만원 미만의 매일견과 하루한봉(80봉) 선물세트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프라임 사과, 배'와 '충주사과, 천안배' 혼합세트가 많이 판매됐다. 

 

축산 선물세트도 실속형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10만원 미만의 '한우 정육세트 2호'와 10만원대의 '한우 등심 정육세트 2호'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백화점업계도 마찬가지로 가성비 선물세트의 인기가 높았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이번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전년 대비 4.3% 신장한 가운데, 10만원 이하 상품과 10만원대 상품이 각각 3.9%, 4.0% 더 팔렸다.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신세계 암소한우 행복(15만원), 갈치·통옥돔 세트(18만원) 등이 있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올 추석 선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이색 식재료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홈쿡 트렌드와 스몰 럭셔리 경향이 인기의 배경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올해 해외 식재료를 포함한 10~20만원대 그로서리 선물세트가 호조세를 보였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관련 상품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30% 추가 준비하기도 했다. 

 

대표상품으로는 '이탈리(EATALY) 스페셜 트러플 세트'(24만3천원), '프레스코발디 비롱잉 세트'(14만 9천원), '돈죠반니 오일 앤 발사믹 A세트'(9만9천원) 등이 있다.  

 

또한 가성비 F&B 선물세트도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며 작년보다 20% 가량 더 팔렸다. 대표상품은 '테디뵈르하우스 크로아상 6종 세트(3만5천200원)', '브레디포스트 프레즐 6종(3만2천원)' 등이다.

 

한편, 가성비 선물세트 판매 호조로 인한 매출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실질적 영업이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전문가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채널에서 유의미한 마진을 남기려면 가성비 보다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특히 가성비 선물세트 경우는 주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구성돼 있어, 유통사는 물론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큰 마진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래 가성비 선물세트는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품목인데, 최근에는 백화점에서도 '저가'로 분류되는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는 게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며 "주요 유통채널에서도 소비자 수요와 자사의 마진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전문가도 "저가 선물세트의 인기로 매출 자체의 확대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영업이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럼에도 유통업체는 현 상황에서 '생존' 자체가 이슈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상품 구색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주요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프리미엄 선물세트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대외적 환경 조성을 원하고 있다"라면서 "유통업계 특성상 매출의 양적 성장이 꼭 영업이익 증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 판매에 집중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통업계는 물론 실질적 경제가 혹한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에 경제적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는 소비자와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는 각오로 앞으로도 합리적인 가격의 최선의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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