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핵심 계열사에서 1980년대생이 '직장인들의 별'로 불리는 임원직으로 적극 발탁되는 추세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낡은 연공서열 관행에서 탈피하고 성장 잠재력을 지닌 '젊은피'를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하면서, 업계 안팎에선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과 3년여 전만 해도 젊은 인재 발탁을 두고 나름 '파격적' 인사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일쑤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하나의 인사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곧 다가오는 연말 인사에서도 이같은 젊은 인재 중용 기조를 이어갈 지 적잖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LG전자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생 임원은 총 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37명에서 1년 새 18명(48%)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23명에서 올해 38명으로 4대 그룹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장 젊은 임원은 1985년생인 김태수 삼성리서치 시큐리티 & 프라이버시팀 상무와 배범희 모바일경험(MX) 개발실 상무다. 이들 '막내 듀오'는 4대 그룹 가운데서도 가장 어린 임원이기도 하다.
특히 임원들의 학력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80년대생 임원 38명 가운데 33명은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8명이 박사, 5명이 석사학위다. 여기에 세계적인 명문대로 손꼽히는 스탠포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일리노이, 미시간대 등 유학파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3개월 사이 1980년생 조용상 前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을 영입해 MX 개발실 상무로 배치시켰다. 조 상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80년대생 임원은 총 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명 증가했다.
이전까지 이재서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 센터 담당이 1982년생으로 막내 임원이었으나, 현재는 1983년생 이동훈 낸드개발 담당임원(부사장)으로 1년 만에 '역대 최연소 임원' 타이틀이 바뀌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2024년 신임 임원인사에서 선임됐다.
그는 128단과 176단 낸드 개발 과정에서 기술전략 팀장을, 238단 낸드 개발 과정부터는 PnR(Performance & Reliability) 담당을 맡아 4D 낸드 개발 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SK하이닉스의 4D 낸드 기술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3분기 5명에서 올해 6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1년 사이에 새롭게 추가된 임원은 1980년생 배성환 사업기획팀장(상무)이다.
현재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박영우 상무(1982년생)가 최연소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 2022년 하반기 임원인사를 통해 선임됐다.
반면 LG전자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6명으로 동일한 숫자다. 이 중 최연소 임원은 1983년생인 우정훈 LG전자 수석전문위원(상무)이다.
우 수석전문위원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가전 및 씽큐(ThinQ) 앱의 성능 향상 등에 공로한 점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발탁 승진됐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연공서열만 가지고 승진하는 것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보유 및 창의성 있는 젊은피를 얼마 만큼 발탁하느냐가 중요해진 시대"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임원의 주류는 1960~70년대생이지만 기업들마다 점차 젊은 인재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추세"라면서 "다가오는 정기 임원인사에서 80년대생 승진 폭이 관전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