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완화의료는 포기가 아니다"…생명을 넘어 삶을 지키는 돌봄

등록 2025.05.17 11:00:00 수정 2025.05.17 11:00:05
청년서포터즈 8기 김영빈 bink911@naver.com

 

【 청년일보 】 지난번에는 중증 소아환자의 삶과 그 속에서 지워지는 '삶의 질'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편에서는 이들의 삶을 지키는 '완화의료(Palliative Care)'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완화의료는 종종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이라고 정의한다. 즉, 이는 생명 연장의 의료가 아닌, 고통을 줄이고 남은 시간을 더 인간답게 보내도록 돕는 돌봄이다.

 

중증 소아환자의 경우 장기 입원과 반복적인 시술로 인해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외로움, 불안, 두려움 같은 심리적 고통도 동반된다. 2015년 기준, 중증 질환으로 치료받은 만 24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는 약 13만3천177명, 이 중 1천302명이 사망했고, 평균 입원 일수는 101.2일에 달한다. 이들은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삶의 시간’을 잃고 있다.

 

완화의료는 이처럼 ‘치료 외 시간’을 돌보며, 아이가 가능한 한 일상에 가까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음악 치료, 예술 치료, 가족 중심 돌봄 등은 아이에게 인간다운 시간을, 보호자에게는 ‘쉼’을 제공한다.

 

중요한 점은, 완화의료가 가족 전체의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WHO의 정의에도 포함되듯, 완화의료는 환자와 가족을 함께 돌보는 전인적 치료다. 간병 보호자들은 종종 우울감과 탈진을 겪고, 형제자매는 정서적 소외를 겪는다. 보건복지부 연구에 따르면, 보호자 대부분은 완화의료 도입 후 간병 스트레스가 줄었고, 일부는 경제활동 재개 가능성도 보였으며, 형제자매의 정서 안정성도 높아졌다고 보고되었다.

 

해외에서는 완화의료가 조기 진단 단계부터 제공된다. 영국, 일본, 미국 등에서는 전문 호스피스 기관이 존재하며, 의료진·상담사·놀이치료사 등이 팀을 이뤄 환자와 가족 모두를 지원한다. 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다운 선택과 일상을 보장하는 기반이 된다.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소아완화의료 기관은 4곳에 불과하며,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의료진의 인식 부족과 제도 미비도 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도토리하우스와 같은 시범 사례를 통해 가능성은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완화의료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남은 삶을 지키는 일이며, 아이와 가족에게 필요한 인간적인 선택이다. 치료와 돌봄은 함께 갈 수 있고, 그래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영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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