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물산 합병 의혹' 본격 착수···사장급 첫 소환

등록 2020.01.07 14:30:35 수정 2020.01.07 14:31:04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검찰, 김 전 대표 변호인 선임 문제로 일단 돌려보내...회사법인의 법률대리인

 

【 청년일보 】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삼성 수뇌부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7일 오전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상대로 2015년 합병 직전 삼성물산 회사가치가 떨어진 경위와 그룹 차원의 개입 여부 등을 물을 계획이었으나 변호인 선임 문제로 일단 돌려보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대표와 동행한 변호인이 피해자에 해당하는 삼성물산 회사법인의 법률대리인도 맡고 있어 변호인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대로 다시 검찰에 나가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2010∼2018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검찰이 작년 9월26일 삼성물산 등지를 압수수색하며 합병 의혹 수사를 공식화한 이래 사장급 인사 소환은 김 전 대표가 처음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20분께 검찰에 출석하면서 '합병비율이 정당했다고 보느냐' 등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삼성물산이 해외공사 수주 등 실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회사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린 정황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7년 5월13일 수주한 2조원 규모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같은해 7월말 공개했다.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 공급량은 300여 가구였지만 합병 이후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년 1∼6월 삼성물산 매출액은 12조2천8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주가는 2015년 들어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상승하지 못하다가 4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당시 합병비율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는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이사회 직전 1개월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반대로 이 부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자산가치는 부풀려진 정황도 살펴보고 있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부지의 표준지(가격산정의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가 2015년 최대 370% 오른 게 대표적이다.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을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당시 장충기(66)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69)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를 차례로 소환해 의사결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1년 2개월간 관련 수사를 해왔다. 합병·승계 의혹 수사의 단초가 된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는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김태한(63) 대표이사 등의 사법처리만 남겨둔 상태다.

 

검찰은 배임과 시세조종 등 합병 전후 발생한 불법행위를 가리고 그룹 내부 의사결정 경로를 추적해 회계사기 관련자들과 함께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일단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단행될 검사장급 승진·전보 인사를 시작으로 수사팀 구성원에 변화가 생길 경우 수사가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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