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김어준은 조국과 함께 논쟁적 인물의 대명사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김어준이 교통방송(tbs)에서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물론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다. 야당 정치인들은 뉴스공장 섭외는 물론 전화 인터뷰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어준,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정치권의 관심을 받는 것은 라디오 청취율 때문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2019년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4.5%를 기록했다. 당시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취율 포식자'라는 말은 여권이 그에게 부여한 화려한 훈장이다.
김어준은 이슈 메이커다. 그가 다루는 것들은 거의 모두 이슈가 된다. 특히 여권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스피커로서의 역할, 지지층 결집 능력은 '생태탕 논란'에서 보듯 선거철이 되면 특유의 '음모론'과 엮여 더욱 빛을 발한다. 여권의 선거 전위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이는 역(逆)으로 야권에겐 눈엣가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4ㆍ7 재보궐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힘은 6일 김어준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악의적인 익명 인터뷰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오세훈 캠프의 김철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당이 불리한 이슈에는 '여당 해명방송'으로, 야당을 공격하는 이슈에는 '네거티브 특집방송'으로 쓰이는 방송, 이게 방송이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런 막장방송을 내보내는 교통방송에 연간 300억원의 서울시민 세금이 지원된다"며 "선전선동 방송의 배후에는 서울시를 장악한 민주당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회의에서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측량' 의혹과 관련한 생태탕집 모자의 인터뷰에 대해 "아니면 말고식 인터뷰를 감행한 데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즉각 선거법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2일 인터뷰가 나갔으며,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 얘기만 내보냈다는 점에서 대단히 악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생태탕집 사장 아들이 전날 인터뷰를 하려다 취소한 것이 국민의힘의 협박 탓이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것을 견강부회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사후에 증언과 관련해 어려운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충고였다"고 반박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전날 익명의 출연자 5명이 나와 국민의힘 후보와 관련한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 "공영방송이란 공공재를 사유하고 권력에 상납한 폭거"라며 "민주당의 나팔수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작의 냄새가 진동한다"며 "민주당이 기다렸다는 듯 환호하며 야당 후보 사퇴 운운하는 것이 흡사 공동기획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주장에는 다분히 분노의 감정이 실려있다. 하지만 톤 다운해보면 공영방송, 특히 언론의 중립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한 요구다. 하지만 여권 일부에서는 이마저도 기계적인 중립은 문제라는 쪽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기계적 중립이야말로 가장 무책임한 언론 행태며,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이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말처럼 견강부회이자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라디오 청취율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청취자 평가에서는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반증이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