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경우, 기업가치 저평가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21일 이같이 밝혔다.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었고, 시총과 자산이 10억 달러(한화 약 13조원) 이상인 미국 상장사(970개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여부에 따른 기업가치를 분석한 결과,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들은 단기에는 기업가치가 일부 개선되지만 장기에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기업가치가 오히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16.1%)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캠페인이 성공하면 3년 이내에 기업가치가 1.4%p만큼 개선되면서 저평가가 일부 해소(16.1%→14.7%)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다시 2.4%p 악화(14.7%→17.1%)되면서 저평가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의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p 악화(16.1%→17.1%)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고용과 투자(자본적 지출)의 축소로 인한 기업 펀더멘탈 약화도 지적됐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만큼, 기업 벨류업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규제(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활동은 최근 이어진 지배구조 규제 정책의 강화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실제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타겟이 된 한국 대상 기업의 개수는 2017년 3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 8개, 지난해 77개로 최근 5년 사이에 9.6배나 증가했다.
한경협은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행동주의 캠페인의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크게 증가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면서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