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사장단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마친 재계가 이달 중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경영 전략 논의에 착수한다. 내수부진, 고환율 등 국내·외 경기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복합 위기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생존 전략' 마련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6~18일 사흘간 주요 경영진·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양대 사업부문별로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16~17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18일에 각각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회의에는 DX부문 약 200명, DS부문 약 100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노태문 DX부문장(사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관한다. 이재용 회장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향후 사업 전략 등을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 비중이 큰 DX부문은 환율 변동 같은 외부 변수에 민감한 만큼, 업계 안팎에선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내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통해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과 'AI 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수요 폭발로 내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기대감이 큰 DS부문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대응 전략과 범용 메모리의 생산 계획 등이 거론되고 있다.
LG그룹은 이달 중순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내년도 사업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재계 일각에선 구광모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일명 'ABC(AI·바이오·클린테크)' 사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구체적 실행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TV, 석유화학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이 전반적으로 수요 침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응방안을 마련할 지 주목되고 있다.
국내 4대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지난달 초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세미나'를 열고 내년도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CEO 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 행사 중 하나로, 이 자리에서 회사 기본과 원칙을 다지는 측면에서 안전·보건·환경, 정보보안, 준법경영 분야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 CEO들과 함께 AI 대응 방향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같은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아직 구체적 일정에 대해 알려진 건 없지만 이달 중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며 권역본부장들과 판매, 생산 법인장 등이 참석해 글로벌 전략을 수립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뿐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등에 진출한 제네시스의 판매를 가속화시켜 양적, 질적 팽창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