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듭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지난해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면서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는 회장 승진 의결 배경에 대해 글로벌 대외적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점, 이 회장의 신속·과감한 의사결정 능력이 향후 회사의 안정적 성장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격하다고 설명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삼성가 3세인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맨 마지막으로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그 후 이 회장은 광폭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며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글로벌 경영 행보 '전력투구'···UAE 이어 다보스까지 두터운 인맥 과시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이 회장은 첫 번째 행보로 해외 경영에 주력했다. 첫 해외 출장지로 정한 건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이었다.
바라카 원전은 삼성물산이 포함된 '팀 코리아 컨소시엄'에서 건설하고 있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이다. 이 회장이 중동 지역의 사업장을 방문하기는 지난 2019년 추석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하철 공사장을 찾은 이후 3년 3개월 만이었다.
이 회장은 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했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일각에선 현지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로 풀이했다.
UAE에서 귀국한 후 10일 만에 베트남으로 출국했고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베트남 삼성 R&D센터는 글로벌 기업이 베트남에 세운 최초의 대규모 종합 연구소다. 이 회장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거점을 둘러보는 장기 출장을 소화했다.
새해 벽두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UAE 경제사절단에 동행한데 이어 4박5일간의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가하며 빛을 발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글로벌 리더들을 만나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다보스포럼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인텔, 퀄컴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 만나 이 회장 중심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홍보에 앞장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JY' 式 뉴삼성 행보 빛났다···승진 이후 상생·동행 철학 '눈길'
평소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이 회장은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는 등 격의 없는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이 회장은 삼성화재 대전 연수원을 찾아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달엔 설 명절을 맞아 새해 출산 여성 임직원과 다문화가정 직원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1~7일 자녀를 출산한 여성 임직원 64명에게 최신형 공기청정기를 선물했다.
이 회장은 "가정에 찾아온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사랑스러운 자녀가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바라며 항상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간에만 적용했던 '수평 호칭'의 범위를 이달부터 경영진과 임원까지 확대하기로 하며 조직문화 쇄신 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은 앞으로 영어 이름이나 영문명의 이니셜(앞글자),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는 등 상호 수평적 호칭만 사용해야 한다. 이 회장 역시 '회장님'과 같은 직책이 아닌 '재용님', 'JY님'으로 불리게 된다.
또한 평소 '상생·동행' 철학을 강조해왔던 만큼 그 결실도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상생행보의 일환으로 전남 순천시에 '삼성희망디딤돌' 전남센터를 개소했다.
'삼성희망디딤돌'은 삼성,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자립준비 청년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과 교육 등을 제공하는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6년 부산센터로 시작, 전국 센터에 입주하는 청년을 포함해 자립준비, 자립체험 등 지원을 받은 청소년은 지난해까지 누적 1만6천760명에 달한다. 올해 11월 충청북도 청주시에 충북센터를 열어 전국에 총 11개의 '삼성희망디딤돌' 센터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굵직한 성과에도 해결 과제 산적···재계 "이 회장 리더십 절실"
이처럼 회장 취임 이후 외교·경제 등 비즈니스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뒀지만, 해결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로 인해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익은 97% 크게 떨어지며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 전망도 나온다. 가전도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스마트폰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 신호가 감지되면서 이 회장이 어떤 대응 전략 마련을 할 것인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은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천억원에 인수한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M&A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이 회장이 취임한 만큼 조만간 대형 M&A 소식을 나올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0월 이재용 회장 승진 이후 수평적 조직문화 개선 및 글로벌 경영 행보 등 오늘날 삼성그룹의 변화와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 작업, 사법리스크 해소 등 재임 기간 중 최대 핵심 과제가 될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를 타개할 만한 이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