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실적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했지만 노사간 갈등에 봉착하면서 위기감이 팽배하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창사 이래 '생산 라인 차질'을 목표로 첫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삼노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직원들이 주축으로 결성됐으며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져 자칫 경쟁력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재계 안팎의 우려가 나온다.
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전삼노는 전날 오전부터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노조가 추산한 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인원은 4천∼5천명 수준이다.
전삼노 측은 "예상했던 총파업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면서 "특히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에서만 5천명 이상의 인원이 (총파업 현장에) 왔으니 생산 차질은 무조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삼노는 ▲2024년도 기본인상률(5.1%)을 거부한 855명 조합원에게 더 높은 임금인상률 적용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의 초과 이익성과급(OPI) 제도개선 ▲유급휴가 약속 이행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특히 노조가 이번 파업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업계 안팎에선 올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AI발 훈풍에 힘입어 반도체 호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노조의 이같은 강경 기조가 "찬물을 끼얹는 격"이란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는 건 물론, 총파업이 장기화될 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천452.2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3분기(10조8천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천700억원)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전삼노는 지난 5월 29일 파업을 공언하고 지난달 7일 '단체 연차 사용'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이때는 징검다리 연휴여서 생산 차질을 비롯한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보면 노사 양측간 협상 조짐이 보이지 않고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만큼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약 15조원 규모의 연간 영업손실을 내는 등 유례없는 반도체 한파를 겪었던 삼성전자가 올해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노사 갈등 장기화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며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재계 안팎의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며 한번 가동이 중단될 경우엔 천문학적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제철소 특성상 생산 설비가 1년 내내 가동돼야 하는 용광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공정에 영향이 간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손실로 직결된다"고 밝혔다.
한편, 전삼노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조합원 수가 3만657명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천명)의 24% 수준으로, 3차 사후 조정회의가 있었던 지난달 말 이후 1천600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