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재 이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힌 카드사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드사들은 높은 애플페이 수수료 및 결제 가능 단말기 가맹점의 부족 그리고 카드사 자체에서 운영하는 결제 앱 등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 21일 애플페이를 국내에 도입했다. 지난달 도입 1년을 맞이했지만 카드업계 분위기는 당시와 판이해진 모습이다.
현대카드가 국내 카드사로서 처음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한 1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는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애플페이 도입에 나설 것을 표명한 카드사는 한 곳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먼저 국내에서 비교적 높게 책정된 애플페이 수수료를 들 수 있다.
현대카드와 애플 간 카드 수수료는 0.15%로 시장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중국 및 이스라엘에 부과되는 애플페이 수수료가 각각 0.03%, 0.05%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업계는 국내에서의 애플페이 수수료가 높은 원인으로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 점을 지목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70%가 애플페이 대신 삼성페이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 측에서 일정 수준의 수수료 이익을 챙기기 위해 결제 건당 수수료를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보유한 국내 가맹점 수가 지난해 말 기준 10%에 불과하다는 점과 교통카드 결제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은 점도 거론된다.
현재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는 편의점 및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 집중돼 있는데, 단말기를 늘리려면 카드사들이 설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카드업권 시장구조상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애플은 보안상 이유로 아이폰의 NFC를 애플페이에만 연동되도록 해 교통카드 결제를 차단해 두고 있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업권이 어렵다 보니 애플페이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가중될 것 같다”며 “애플과 제휴 자체만으로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현재 단말기 지원 가맹점도 적어서 편의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출시한 페이 앱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단말기 설치와 수수료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애플페이를 도입할 뚜렷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KB국민카드에서 애플페이 도입에 의지를 보였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기존 KB Pay(페이) 앱 이용률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라며 “애플페이 도입에 대해선 다른 카드사들도 아직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KB 페이는 오픈페이 서비스를 통해 KB국민카드 뿐만 아니라 타사 카드의 등록·결제도 지원하는데, 현재 국내 전업카드사 중 신한·하나·롯데·BC·NH농협카드 등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이 외 롯데카드는 자체 결제 앱으로서 디지로카앱 로카페이(구 앱카드), 비씨카드는 페이북, 삼성카드는 삼성카드 앱, 신한카드는 신한쏠페이, 하나카드는 하나페이(하나카드)앱, 우리카드는 우리카드 앱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 후 글로벌 간편 결제 규격인 EMV(유로페이·마스터·비자카드)를 기반으로 한 NFC 방식의 결제가 국내에 확대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결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