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애플과 현대카드 손을 잡고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화한 가운데 카드업계와 간편 결제시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의 애플페이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그 경쟁력을 증명한 만큼, 한국의 간편결제 시장에도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6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애플과 현대카드는 이달 초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달 중 국내에 애플페이가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규모 10위국 중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나라는 지금까지 한국이 유일했다.
애플페이는 애플이 2014년 공개한 NFC(10c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기술)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다.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토큰을 아이폰 내부에 저장하고 결제때마다 이를 불러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토큰 자체가 카드를 대체하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해 결제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인터넷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페이의 입지는 두 번째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말 기준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애플페이 처리금액은 6조3천억달러로 1위 비자(10조달러) 다음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국내 간편 결제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애플페이는 이르면 내달 중 현대카드에서 '우선'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카드는 이달 초 보도자료를 통해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화한데 이어 사과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애플페이 출시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대카드에 따르면 출시일, 단말기 설치, 수수료 등 애플페이와 관련된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애플페이 사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NFC 결제 단말기 설치 문제 역시 패스트푸드, 편의점, 카페, 마트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사실상 해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 결제시장을 이끌어 오던 신용카드 및 페이 업계는 벌써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국내 간편 결제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어 자칫 애플페이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규모는 7천231억원으로 전년 하반기(6천533억원)보다 11%가량 증가하며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국내 간편결제 시장 역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응전략 마련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먼저 국내 결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와 손을 잡았다.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55만개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온라인 주문형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통한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네이버페이 이용자들도 삼성페이의 MST(마그네틱 보안전송) 결제방식을 통해 오프라인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롯데카드도 3월 중 카드사 연합의 오픈페이 서비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카드업계에서 오픈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는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카드사 3사 뿐이지만, 롯데카드와 함께 비씨·우리·NH농협카드 등도 순차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다.
아울러 롯데카드는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를 위해 기존 앱카드를 개선한 '로카페이'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 서비스는 결제수단 선택의 폭과 서비스 이용가능 고객범위를 확장시킨 것이 특징으로, 롯데카드는 물론 기존 앱카드에는 등록할 수 없었던 타사 카드, 선불형 교통카드 등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소식에 신용카드업계는 초긴장 상태"라면서 "(카드업계가) 애플페이를 출시하려면 애플과의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선택지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애플페이를 우선 출시할 수 있는 현대카드는 함박웃음을 짓는 분위기다. 애플과 지금까지 이어온 단독 협상을 바탕으로 우선 출시가 가능해 현대카드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 플랫폼인 카드고릴라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애플페이를 어떤 카드로 이용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57.0%가 현대카드(신규 발급 포함)로 애플페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타 카드사 이용시기를 기다리겠다는 응답은 30.7%에 불과했으며, 사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12.2%로 집계됐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아이폰 이용자들이 기다려왔던 애플페이 출시가 공식화되면서 카드를 새로 발급하더라도 현대카드로 애플페이를 먼저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 같다"며 "결제 가능 가맹점이 늘어나고 교통카드 기능이 추가되면 사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