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찻잔 속 태풍' 될까"…국내 시장 정착 선결과제는?

등록 2024.05.09 08:00:00 수정 2024.05.09 08:00:06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알리·테무, 국내 서비스 고도화·마케팅 강화 등 진출 본격화
업계 일각 "판매상품 안정성 미흡·부실한 사용자 경험" 등 지적

 

【 청년일보 】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하 C커머스)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들이 안정적인 한국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적잖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주요 C커머스는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위해 대대적 자금을 투자하며 물류 인프라 확보 및 홍보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먼저 알리는 지난 3월 한국 시장에 3년간 약 1조5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안으로 국내에 축구장 25개 규모 통합물류센터를 건설해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는 한편 직구상품을 90일 이내 환불해 주고 가품 의심상품은 100% 반품 및 환불해 주는 등 서비스 강화에도 나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를 비롯해 알리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플랫폼 역할을 담당할 판매채널을 만들기로 약속했으며, 한국 내 고객센터 전화상담 서비스도 시작했다.

 

 

테무는 국내 진출을 위한 정확한 투자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올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알리·테무를 필두로 C커머스업체가 국내 진출에 열을 올리자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알리 월평균 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고, 테무는 지난 달 한국 진출 첫 달 대비 16배 증가한 829만6천명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들 C커머스가 본격적인 한국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판매상품 안정성 강화 ▲UI 및 UX(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경험) 고도화 ▲한국인 맞춤형 상품판매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업계에서는 C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국내에서 허용범위 이상의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잦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실제 지난달 30일 관세청이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 252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38종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유해성분이 검출된 38종에서 27종은 장기간 신체 접촉 시 내분기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 대비 최대 82배 검출되기도 했다.

 

해당 성분이 검출된 어린이 제품은 신발·학용품·장난감 순으로 많았다. 6종에서는 기준치 대비 최대 3천26배에 달하는 카드뮴도 검출됐다. 카드뮴과 납은 대부분 액세서리와 가방, 머리띠 등에서 나왔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국내 소비자들이 알리·테무 등에서 주로 저렴한 공산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미뤄봤을 때, 이들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안정성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C커머스의 UI 및 UX가 국내 업체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UI와 UX는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로 직결되는 만큼 국내 주요 이커머스의 경우 IT부서 인력의 절반 가량을 UI 및 UX 개발 및 디자인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한 주요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국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C커머스의 웹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확인해 보면 국내 이커머스보다 기능적·심미적 측면에서 확연히 뒤떨어져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라며 "단적으로 어색한 한국어 번역 등으로 인해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C커머스에서 물품을 구입하고자 했던 20대 소비자 A씨 역시 "직관적이지 못한 웹페이지 때문에 원하는 상품을 끝내 찾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실제 쇼핑 경험은 TV나 옥외 광고에서 플랫폼을 처음 접했을 때의 친숙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들 C커머스에 한국 맞춤형 제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국내 소비자가 이커머스에서 많이 찾는 신선 식품 및 식료품에 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국내 이커머스업체 측은 "국내 소비자들이 이커머스에서 가장 많이 찾는 상품분야 중 하나가 신선 식품을 비롯한 각종 식료품이지만, 현재 C커머스는 물류 인프라 부재로 이와 관련한 카테고리가 없거나 부족하다"라며 "국내에서 사용자 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국내 이커머스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거나 소비자에 친숙한 업체로 자리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 같은 C커머스의 한계에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주도권을 뺴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긴장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리와 테무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지난 2일 '안전자율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업체 수준의 소비자 보호와 서비스를 위한 행보에 군불을 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C커머스가 국내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통관 등의 문제로 배송 경쟁력이 국내 이커머스에 밀리고 있어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물류 인프라 확보가 시급하다"며 "알리 등이 고객센터를 열고 전화상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서비스의 고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소비자 만족도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커머스의 경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C커머스에 비해 지나치게 열세인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춰 마진율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이뤄져야 추후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